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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20조원 '알리바바' 월가 데뷔 카운트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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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몇 분 후에 상장신청서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새로운 도전을 곧 시작한다.”

 6일(현지시간)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 임직원은 마윈(馬雲·50) 창업자 겸 회장으로부터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알리바바는 이렇게 미국 닷컴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카운트다운을 알렸다. 상장 신청서는 341쪽에 달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숫자가 빠져 있었다. 예상 공모가가 적혀 있어야 할 자리는 공란이었다.

 월가는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분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분석가들은 알리바바 전체 기업가치를 1360억 달러(약 139조원)에서 2500억 달러 사이로 보고 있다”며 “이번 상장을 통해 알리바바가 조달할 금액은 200억 달러 이상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CNBC 방송은 “이번 기업공개 규모는 150억 달러 이상으로 페이스북이 2012년 세웠던 기록(160억 달러)에 육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숫자는 제각각이지만 “정보기술(IT) 회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데뷔가 될 것”(로이터통신)이란 전망도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상장 액수 역대 1위 기록은 비자(179억 달러)가 세웠다. 외국계 기업으로는 에넬(165억 달러)이, IT 회사로는 페이스북이 1위에 올라 있다. 알리바바가 페이스북은 물론 에넬과 비자가 세운 기록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사상 최대의 주식 잔치가 벌어질 때 누가 가장 크게 웃을까. 바로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미국의 야후다. 각각 34.4%, 22.6%에 달하는 알리바바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개인으로는 마윈 회장이 8.9%로 제일 많이 갖고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알리바바 주식에 투자하려면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장 신청서엔 공모가 말고도 빠진 수치가 많았다. 2012년 2분기부터 2013년 4분기까지 매출·순익과 중국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성장세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그 외 재무지표는 대부분 생략됐다. 알리바바는 데뷔 무대를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NYSE) 가운데 어디로 할지도 아직 정하지 않았다. 미국 주식시장을 둘러싸고 ‘닷컴 버블(기술주 가격 거품)’ 논란이 있는 점도 변수다. 같은 날 트위터 주가가 18% 폭락한 것도 투자자에겐 불안 요소다.

 알리바바는 미국 증시에 이어 국내 시장에도 상륙한다. 올해 초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코리아 소속이던 황매영씨를 한국 지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달 말까지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에 한국 지사를 낼 계획이다.

특히 알리바바는 국내에서 오픈마켓 시장뿐만 아니라 온라인·모바일 게임 사업 등 전(全) 분야의 콘텐트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올 3월 국내 게임업체 ‘파티게임즈’와 제휴를 맺고 이달 초부터 국내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개발사로부터 게임을 받아 출시하는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또 알리바바는 카카오·CJ E&M 등과 접촉해 사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대 강연을 위해 방한한 마윈 회장이 카카오 핵심 경영진과 비밀리에 회동하기도 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회동 자리에서 마윈 회장이 상당히 놀랄 만한 제안을 여러 가지 했고, 이에 카카오 측이 깊게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며 “알리바바 한국 법인은 중국으로 보낼 양질의 콘텐트 확보 외에도 중국 본사의 주력 서비스를 국내에 들여오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숙·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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