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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충격 상쇄할 정책 총동원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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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세월호 참사는 내수 소비시장도 꽁꽁 얼렸다. 구조를 기원하고 애도하는 국민들이 불요불급한 소비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한국의 민간소비가 전월 대비 3% 줄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소비 위축은 기업의 투자·고용 축소로 이어져 결국 내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수출이 아무리 잘돼도 소비 회복 없이는 경제성장이 어려운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4%로 올렸다. 하지만 이는 최근 수출 호조에 근거한 것으로, 세월호 사고 이후의 소비 감소를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장 3인(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에게 경기 상황과 대응책을 물어봤다. 이들은 “올해 4% 경제성장을 낙관할 수 없다”며 “세월호의 충격이 길어지기 전에 정부가 선제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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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지난달 16일) 이후 소비지표가 나빠졌지만 이달 초 황금연휴 기간에 다소 회복됐다는데.

 ▶윤창현=“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과거 대형사고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달 초 경주의 한 콘도에서 1박2일간 진행하려던 직원 세미나를 취소했는데 콘도 주인이 ‘손님들이 다 취소해 망하게 생겼다’며 울먹이더라. 경주를 비롯해 제주·설악산과 같은 관광지가 특히 어려운 상태다. 앞으로 얼마나 경제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김준경=“ 사고가 발생한 지 20일이 지난 시점이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경제 선행지표나 동행지표를 좀 더 본 뒤 판단해야 할 듯싶다.”

 -내수 위축이 길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광두=“단기적으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정부와 한은의 강력한 경제 살리기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중산층·서민과 영세기업을 살리는 정책을 내놓는 데 집중해야 한다. 소비가 줄고 내수가 침체되면 경제성장의 과실이 주로 수출 대기업에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준경=“세월호의 충격이 크더라도 흔들림 없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규제개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결국 내수시장 활성화의 핵심은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얼마나 많이 푸느냐에 달려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윤창현=“일단 재정 투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하반기에 예정된 건설공사는 상반기로 당길 필요가 있다. 주요 관광지는 특별관리 대상에 넣어 빠른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도 5월 말이나 6월 초까지 소비 위축이 계속된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까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 소비 위축이 7~8월 여름 휴가철까지 이어지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출이 버텨주고 있지 않나. 지난달 수출액은 50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는데.

 ▶김준경=“중국의 성장 둔화를 경계해야 한다. 중국이 잠재된 부실기업·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경기침체가 올 수 있어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한국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수출 측면에서도 대응책을 미리 갖고 있어야 한다.”

 ▶김광두=“수출 증가는 착시효과일 수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의 선전 덕분에 평균치가 늘었다. 하지만 이 둘을 뺀 다른 기업들의 수출 성적은 좋지 못하다. 이렇다보니 근로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을 리 없다. 수출에서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구조개혁 정책이 필요하다.”

 -OECD와 한국은행 모두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하고 있다. 달성할 수 있을까.

 ▶김준경=“비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한국 경제가 직면한 리스크를 직면하고 해결해야 가능하다. 소득분배 악화를 막고 부실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김광두=“4%는 세월호 사고와 중국 경기 둔화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어찌 보면 모든 조건이 좋을 때 가능한 가장 낙관적인 성장률이라 할 수 있다. 쉽지 않을 수 있다.”

 ▶윤창현=“줄어든 소비가 얼마나 빨리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심리가 호전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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