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장난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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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뉴욕」시의 「이스트사이드」와 「맨해턴」사이에는 장난감 병원이 있다.
들어오는 환자는 모두 팔이 잘린 인형, 개한테 물린 곰 새끼, 망가진 자동차 등. 아무리 어른들의 눈에는 보잘것없어도 아이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인형들이다.
이 병원의 역사는 80년이 넘는다. 지금의 경영자 남매의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언제나 만원이지만 큰 재미는 못 본다. 도시 장난감 산업이라는 게 돈벌이에는 맞지 않는가 보다.
「프랑스」에서 장난감산업은 가내공업에서 시작하여 3백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사양길을 달릴 뿐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싸구려 장난감에 눌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지난 70년부터 정부가 직접 나섰다. 그 결과 68년에는 5백30「메이커」이던 것을 3백「메이커」로 정비했다.
생산고도 미국·일본·서독에 다음가는 세계 제4위가 되었다. 그래도 수지는 겨우 맞을 정도라 한다. 이것은 서독도 마찬가지다. 도시 떼돈 벌자고 장난감「메이커」가 되는 업자가 없는 것이다.
가령 중부 독일은 세계 최초로 목제 완구 산업을 일으킨 본고장이다. 말이 산업이지 모두가 가내 공업에 귀가 달린 정도들이다.
큰 업자라도 연간 제조 고는 7억원 정도. 그러나 모두가 할아버지의 또 할아버지 때부터의 가업이다.
따라서 가업을 잇고 있다는 긍지가 있다. 그리고 또 아이들의 정서와 지적발육을 위한다는 정열과 보람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시골 할아버지 같아도 「페스타로치」의 교육철학을 말할 줄도 안다. 아동 심리에 대한 지식도 학자 급이다.
우리 나라의 장난감은 거의 모두가 불합격품이라고 공업 진흥청에서 밝혔다. 검사 받은 것은 27업체의 2백7종. 이게 모두 규격미달이거나 위험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장난감은 2백 종이 훨씬 넘는다. 업체도 27개 정도만이 아니다. 당국에서는 불합격품만 골라서 검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에게 사줄 수 있는 장난감은 거의 없다는 얘기나 같다.
더욱이 이번 검사는 규격만을 따진 모양이다. 장난감이 아이들의 정서에 미칠 영향까지도 고려한다면 더욱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가령 속악한 채색, 「구로테스크」하고 사치스러운 봉제완구들, 또는 투기심을 노리는 각종「게임」등이 자라 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얼마나 더럽혀 놓을지를 생각해보는 업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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