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일과 오늘의 세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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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찍이 석가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을 말하는 본 회담 중에 『중생으로 하여금 각각 사불 지견을 열어주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었다.
불기2521년의 불탄일을 맞으며 불신자든 일반인이든 이 같은 석가 세존의 높은 뜻을 한번씩은 음미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현대와 같이 모든 것이 물질위주로만 척도 되고 인간이 인간을 위한다는 의식이 희박해진 세태에서는 더욱더 부처님의 대 교지와 높은 뜻이 아쉬워진다.
불탄의 목적 중「불지견을 열어준다」는 말은 「부처가 되도록 해준다」는 뜻으로 「사불 지견」은 석가가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불타가 되도록 하기 위해 그 길을 열어주고(개불지견), 보여주고(시불 지견), 깨닫게 하고(오불 지견), 들어가도록(입불 지견)도와준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것이다. 따라서 매년 4월 초파일에 돌아오는 석가탄생의 가장 큰 의미도 사부대중으로 하여금 모두 부처가 되도록 한다는데 있음이 자명해진다.
인간이 「불지견」을 통해 부처가 뇐다는 맡은 자신이 갖추고 있는 본성(불성)을 열어 놓고 인간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자비로써 가장 친절히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불가의 이 같은 기본적 입장에서 보면 우리인생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당연하고 긴요한 일인지 분명해진다.
불가의 가르침이기도 하지만 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긴요한 일로 공통적인 것은 「자기 자신을 구명」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석가도 자기자신을 구명하는 길이란 『인간의 불생인 본연성 진실성을 찾는데 있다』고 말했었다. 결국 이 말을 전환시켜 생각하면 인간이 부닥치는 현실에서 불행·불평·불만이 생기는 근원적 이유가 자신을 잘 모르는데 원인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불교는 인생각자가 자아의 본성을 밝히는 것을 모든 인생의 업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자아를 구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석가세존은 도를 깨치는 데서 구명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도를 깨달았다는 말을 우리 현실생활과 관련시켜 생각하면 의롭게 화합하며 살라는 의미가 된다. 왜냐하면 불가에서는 삼라만상이 하나의 「큰 의」로 의롭게 산다는 것은 이웃에 대한 자비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교사상에서 중시하는 연기설에 『천지는 나와 더불어 같은 뿌리이고,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한 몸』(천지 여아 동근, 만물여아일체)이라고 중시한 것도 자세히 음미해 보면 이웃을 비롯한 모든 인류에게 자비심을 강조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우리인간은 이런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 실행을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사람이 사람에 대한 자비심을 갖게 된다면 성인사회에서의 각종 부조리와 도덕적 파탄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일어났던 공해물질 등의 수입사건도 삼라만상이 나와 같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청소년에게도 이 같은 불법의 조그만 진리라도 마음깊이 새겨뒀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청소년의 흉포화도, 요란한 선도대책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한편 인간은 의롭게 살뿐만 아니라 화합하며 산다는 것이 불교의 기본적 진리다. 원만하게 인간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부처님 교설의 요지로 현실생활에서 나타나는 인간들의 증오, 국가간의 전쟁도 오직 화합으로써만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거리에는 모든 인간에게 불탄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연등이 걸려있고 제등행렬이 눈길을 끌며 호화롭다. 그러나 우리는 불탄일의 큰 뜻을 등불이 아름답다거나 하루를 쉰다는 의미에서 찾아서는 안될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자비심을 가지고 의롭게 화합하며 산다는 것은 석가세존이 현대인에게 전하는 대 교지의 진의이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1902년=경북 금릉 출생 ▲28년=일본 입교대 종교과 졸 ▲45년=동국대교수 ▲50년=동국대불교대학장 ▲63년=철학박사(동국대) ▲72년=동국대 명예교수(현) ▲74년=학술원회원(현) 저서=『불교학개론』·『삼국시대불교사상』 ·「불교 윤리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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