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카셰어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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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Q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교통 체증, 매연 같은 문제 때문에 ‘카셰어링’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봤어요. 차량 수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요. 카셰어링은 차를 서로 나눠 쓴다는 얘기인가요?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는 렌터카도 있는데, 카셰어링은 뭐가 다른가요? 차는 최소한 1000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싼데 남과 같이 쓰는 게 가능한가요?

A 맞습니다. 카셰어링(car-sharing)은 말 그대로 ‘차를 나누어 쓴다’는 말입니다. 흔히들 개인이 구매해 타고 다니는 차를 여러 사람이 함께 타는 ‘카풀’과 혼동하는데, 여러 사람이 이용한다는 점 말고는 전혀 다른 개념이랍니다. 카셰어링은 개별 업체에서 자동차를 여러 대 구입해 두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간 단위로 돈을 받고 빌려주는 걸 말합니다. 틴틴 여러분들, 가족과 한강에 놀러갔을 때 다같이 자전거를 시간 단위로 빌려서 탄 뒤에 반납할 때 요금을 지불한 경험이 있지요? 카셰어링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반납할 때처럼 주차장이 드문드문 있다면 매우 불편하겠죠? ‘그럴 바에야 택시를 타겠다’고 생각하는 손님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손님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카셰어링 업체들은 보통 차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는 주차장을 곳곳에 준비해 둡니다. 국내 최초의 카셰어링 업체인 그린카의 경우 전국 700여 개 주차장에서 1200여 대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어요. 서울의 경우 보통 500m 간격으로 주차장이 위치해 있다고 합니다.

회원제 … 모바일 앱 통해 스마트키 발급

 카셰어링은 보통 회원제로 운영됩니다. 그 이유는 자전거나 렌터카를 빌릴 때처럼 직접 관리인에게 이용 요금을 정산하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차량이 매 시간 들어오면 관리하는 사람이 늘 상주하며 차 키를 빌려주고 돌려받아야겠지요? 그러려면 관리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아침 일찍이나 밤늦게는 쓸 수 없는 등의 단점이 생깁니다. 그래서 카셰어링은 차 키 대신 카드키나 모바일 스마트키를 사용합니다. 카드가 차량 내 인식기기에 스캔되면 ‘찰칵’ 하고 문이 열리고, 시동도 걸리는 것이지요.

 회원 가입 절차는 이렇습니다. 보통 홈페이지에 접속하거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은 후 기본적인 개인정보와 운전면허·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하면 회원 가입이 끝납니다. 이후 운전면허 정보가 가짜가 아닌지 판독하는 검사를 거친 뒤 회원카드가 집으로 배송되고, 모바일 앱에서는 ‘스마트키’가 발급됩니다. 이후 홈페이지나 앱에 들어가 주변 차량과 주차장을 검색한 뒤 원하는 차량을 예약하고, 그 주차장을 찾아가 키로 문을 열기만 하면 되는 거지요. 한 시간을 빌리려고 했는데 사정이 생겨 두 시간으로 연장하고 싶다면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요. 역시 모바일 앱이나 웹을 통해 클릭으로 연장이 가능합니다. 단, 차량 사고가 났거나 불량 작동 시에는 업체마다 안내된 비상 전화번호로 전화해 조치를 받아야 합니다.

 자기 소유의 자동차엔 주인이 기름을 넣고, 차 청소도 하지요. 그럼 카셰어링에 쓰이는 차량 관리는 누가 할까요? 우선 기름은 카셰어링 회원들이 번갈아 가며 넣어줘야 합니다. 보통 다음 사용자를 위해 기름을 4분의 1 이상 채워둬야 한다는 규칙이 있거든요. 급히 차를 빌렸는데 기름이 없어 움직이지 않는 황당한 경우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랍니다. 기름값은 카셰어링용 자동차 안에 비치돼 있는 주유카드를 사용하면 됩니다. 나중에 운행하며 기름을 쓴 만큼 회원이 미리 입력한 신용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게 돼 있습니다.

 청소는 카셰어링 업체에서 합니다. 보통 5일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내·외부 청소가 이뤄집니다. 이렇다 보니 사용자들이 알아서 쓰레기를 가지고 내려야 하는 건 물론, 차에서 담배를 피워서도 안 됩니다. 애완동물은 꼭 캐리어에 넣어서 태워야 하고요. 알레르기가 있는 회원들의 안전을 위해서지요.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들끼리 서로 배려해 사용하는 게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데 관건이라고들 얘기하는 이유입니다.

경차로 1시간 사용하면 약 1만3000원

 어차피 돈을 내고 이동하는 거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왜 귀찮게 차를 빌리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그 방법이 훨씬 싸고 편리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중교통 탑승장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들도 있지요. 카셰어링 업체들은 그런 곳에도 자동차를 빌릴 수 있도록 차를 구비해 뒀다는 게 장점입니다. 또 몸이 불편해 서서 가는 대중교통을 타기도 힘들고, 매번 택시를 타는 게 경제적으로 부담인 사람들에게도 편리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가격은 어떨까요. 보통 카셰어링은 ‘차량대여요금+기름값’으로 돈을 받습니다. 경차나 소형차의 경우 차량 대여요금은 시간당 6000~7000원, 중형차나 수입차의 경우는 1만원대입니다. 기름값의 경우 소형차는 1km당 170~200원, 중형차나 수입차는 200원대입니다. 서울에서 일산(약 40km)까지 경차를 빌려 1시간 만에 도착한다고 하면 1만3000원 정도를 내면 되는 겁니다. 카셰어링이 아직 활발하게 이용되지 않아 업체별로 요금 할인 프로모션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쓸 수도 있겠습니다. 출퇴근 시 차량을 사용하는 회원들을 위한 ‘출퇴근 정액 요금제’도 나와 있습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 보니 그동안 카셰어링은 차량을 싸게 이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썼습니다. 그래서 구비 차량의 대부분이 소형차나 경차 같은 ‘경제적인 차’였고요. 하지만 최근엔 업체들이 메르세데스-벤츠, BMW 같은 수입차도 수십 대씩 구비해 놓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로 가입해야 되다 보니 20~40대 층이 주로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수입차 선호도가 높은 젊은 층에서 주말이나 공휴일에 수입차를 타보고 싶어하는 점에 착안한 겁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이미 카셰어링이 보편화된 나라들도 많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서유럽에선 1990년대부터 이미 서비스가 시작됐습니다. 99년 설립된 미국의 ‘집카(Zipcar)’나 일본의 ‘오릭스(ORIX)’가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국내에서는 그린카와 쏘카, LG CNS에서 운영하는 씨티카 등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이용자 수는 약 130만 명입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는 카셰어링 인구가 2020년까지 지난해보다 10배가량 늘어난 1200만 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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