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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류중인(쓰루·시게도 일·입교대 교수)가 내린 진단(5) 성장기반의 상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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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20년간 일본경제의 고도성장에 큰 기여를 했던 여러 자극요인은 차차 효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엔」화의 저 평가, 해외첨단기술의 도입, 해안선의 매립, 산업에 대한 온실적 보호, 공장부지에 대한 보조금지급 등의 효과가 결코 영속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산업을 저 부가가치 부문에서 고 부가가치부문으로 고도화하는 것도 거의 한계에 찼으며 기업에 싼 자금을 공급할 수 있었던 저 금리정책은 이제 국민들의 저항 때문에 더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
일반대중들은 국민의 희생 위에서 기업만 집중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행정지도나 가계의 높은 저축성향 등 일본특유의 장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으로 과거와 같은 높은 사적 투자를 유지할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또 환경보전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문제도 일본경제의 감속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오일·쇼크」때에 경험한 바와 같이 석유 등 각종 원자재 값의 상승추세도 위협이 되고 있다. 「오일·쇼크」후의 GNP의 지출 구조를 보면 개인소비지출과 민간설비투자가 실질가치에서 두드러지게 줄고 있다. 「에너지」와 원자재 값의 상승에 주도된「코스트」의 상승은 국제경쟁력 및 더 나아가 고도성장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 되고있다. 일본산업이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과거의 윤택했던 이윤을 「쿠션」으로 「코스트」의 상승을 흡수. 시간을 벌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할 것이다.
대기업의 이윤은 73년부터 「마이너스」로 반전되고 있다. 현재 이윤을 내고있는 기업도 재고평가 등에 의한 장부상의 이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이 높은 이윤을 올리고 적극적인 설비투자를 할 수 있는 시기는 「오일·쇼크」를 계기로 가버린 것 같다.
수출은 극성스럽게 증대한 대신 수입을 완만하게 늘렸기 때문에 급속한 무역흑자가 나서 EEC 등 다른 나라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고 있다. 국제경제여건상 일본의 일방적인 해외시장 침투는 이제 어렵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일본의 경제 활황기는 이미 과거의 것이 되었으며 일본경제는 싫든 좋든 구조적 조정이 강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가들도 「안정성장」이라든지「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성장」이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일본경제의 「다이너미즘」은 확실히 쇠퇴해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자본주의사회이다. 철도·우편 등 몇몇 중요분야는 국유화, 혹은 국가독점사태에 있고 국민저축의 상당부분이 정부기관을 통해 자금 화되고 있지만 경제활동의 제도적인 기동력의 대종을 이루는 것은 사적 이윤이며 경제의 「다이너미즘」은 기업가의 사적 「이니셔티브」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기업가의 활동을 통해 생산성의 끊임없는 향상이 이루어지고 생산성의 향상은 자본주의체제의 제도적 우월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숨페터」가 지적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의 성공, 바로 그것이 자본주의를 약화시키기가 쉽다.
GNP와 같은 양적 척도가 국민전체의 경제적 복지의 상대적 크기를 반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양적 척도를 바로 경제적 복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사람들의 관심은 성장주의적인 심리에서 차차 멀어져 생활의 질로 옮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대세이며 결코 역전시키기가 힘들 것이다. 위대한 경제학자인 「케인즈」경은 『멀지 않은 장래에 인류의 물질적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경제적 필요성의 문제로부터 사실상 해방되는 사람들이 차차 많아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근로의식이나 의무가 희미해지고 유용한 것 대신 선한 것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는 예언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일본은 아직 경제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단계에까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 공간을 요구하는 집요한 요구와 더불어 생활의 질을 추구하는 일반의 성향이 점차 정착화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일본의 경제 성장률을 저하시키고 있다. 일본경제는 아직 미숙한데도 국민들의 의식은 벌써 성숙해버린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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