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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팡·테리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 년 말부터 미국에서는 「죽음의 추적」이라는 이들의 대형장난감이 등장했다.
이것은 간단한 「컴퓨터」로 조작되는 「개입」으로 한국에도 이미 상륙할 「오트론」TV와 비슷한 것.「스크린」에는 사람 비슷한 작은 영상이 나타난다. 이것을 자동차로 추적하다 충돌하여 쓰러뜨리면 어린애의 외마디 비명과 같은 음성이 나오고, 작은 영상은 묘석으로 바뀌어지는 것이다. 이름부터가 잔학한 「게임」이지만 어린이뿐 아니라 성년사이에도 인기가 대단해 잘 팔리고있다는 것이다.
「메이커」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이 「게임」이 어린이들에 과학 심과 모험심을 적당히 자극하는 재미를 노렸다고 말하고있다.
심리학자들은 『폭력행위는 모방으로부터 시작된다』면서 이런 잔인한 「게임」의 유행이 미칠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난감이 유행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그 만큼 사람들의 심성이 잔학해진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스탠퍼드」대학의 「도널드·란데」교수가 최근에 내놓은 『살인과 광기』라는 책에서 보면 살인범은 반드시 흉악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며 우리 주변에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결국 누구나가 살인을 저지를 수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살인자의 대부분은 범행 전에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를 조금은 안심시켜준다.
10일, 집 보던 10세 어린이가 17, 18세의 소년에게 피살되었다. 그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 미성년이었다는 것이 우선 충격을 준다. 대낮의 범행이 있었다는 사실도 더욱 우리에게 충격적이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것은 희생자가 저항할 힘도 없는 10세의 어린이였다는 사실이다.
범인은 그저 좀도둑질을 하러 들어갔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들어갔던 집안에서 뜻밖에 어린이를 발견하고, 엉겁결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칼을 휘둘렀을 것으로도 짐작된다.
어린이를 죽인 칼은 범인의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당초부터 살인을 예상하지는 않았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희생된 어린이의 형이 범인을 발견하고 누구냐고 묻자 『내 녹음기를 동생이 갖고 와 찾으러 왔다』고 차분히 대답했다는 사실이다.
범인이 자기 범행의 끔찍스러움을 미처 판단할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이가 죽어가며 흘린 피를 보고도 어떻게 조금도 겁에 질리기는커녕 태연히 응답할 수 있었을까.
그는 확실히 잔학과 범죄에 대하여 무감각해진 오늘의 「앙팡·테리블」의 본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정말로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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