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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CEO] BMW 헬무트 판케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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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독일의 자동차 명가(名家)인 BMW 그룹 본사는 지난달 19일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회사 창립 이후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순익을 거뒀다는 실적을 발표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본사는 1972년 뮌헨 올림픽이 열렸던 주경기장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 실린더 형태의 본사 건물에는 이날 오전부터 2백여명의 각국 취재진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기자회견을 앞둔 헬무트 판케 회장(56)은 지난해 그룹 사령탑에 취임한 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는 자부심과 41년 연속 흑자 기록에 다소 상기돼 있었다.

회사 대강당에서 열린 회견에는 맑고 푸른 바이에른주의 하늘과 알프스의 만년설을 상징하는 청.백색의 선명한 BMW 그룹 로고를 배경으로 판케 회장을 비롯한 집행이사회 멤버 8명이 참석했다. 주총을 앞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공동 기자회견을 제외하곤 개별 인터뷰를 못하게 돼 있어서인지 판케 회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은 예정된 한시간을 훌쩍 넘겨 두시간째 이어졌다.

-지난해 실적을 평가한다면.

"세전 순익이 32억9천7백만유로(약 4조5천4백억원)로 집계돼 창립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판매 대수면에서도 BMW와 미니 브랜드를 합해 처음으로 1백여만대를 넘어섰다. 모터사이클도 전년 대비 8% 성장한 10만3천대를 팔았다. 또 지난해엔 세계 시장에서 BMW가 다른 브랜드를 누르고 3.7%나 더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한국시장의 경우 연간 5천1백1대를 판매해 전세계 BMW 판매법인 중 최고치인 87.7%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거뒀다. 이 같은 성과는 지난해 판매 차종을 고객층에 맞춰 다양화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에 힘입은 것이다. "

-40년 넘게 흑자를 내는 비결은 무엇인가.

"프리미엄급의 고급 자동차만을 만들겠다는 그룹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BMW는 지난 40여년간 고급화 전략을 고수해 왔다. 중.저가의 차량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프리미엄 전략은 변치 않을 것이다. 저명한 시장조사 기관과 투자은행의 예측에 따르면 2010년까지 롤스로이스나 미니 같은 프리미엄급 차량의 시장 성장속도는 중.저가 차량의 두배 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

-경기침체와 이라크 전쟁 등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를 전망한다면.

"이라크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가 관건이다. 정확한 예측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세계적으로 당분간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는 시장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BMW는 올해도 2002년에 못지 않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회사 창립 이래 가장 다양하게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

-올해 선보일 새 모델을 소개해 달라.

"이미 지난 1월 프리미엄 대형 차종인 롤스로이스 팬텀을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팬텀은 연간 1천여대를 판매할 목표를 세웠다. 오는 9월에는 그룹의 주력차종인 5시리즈 후속 모델이 나온다. 1995년 말부터 생산돼온 5시리즈는 이미 1백40만대가 팔려나간 인기 차종이다. 3시리즈의 경우 이미 모습을 바꾼 쿠페.카브리오.컴팩트카 등의 다양한 모델이 출시돼 고객층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3월 말에 출시되는 로드스타 Z4와 경유(디젤)엔진을 장착한 소형차 미니도 올 매출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 연말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X3를 내놓는다. "

-팬텀의 경우 유럽 시판가가 38만유로(약 5억2천만원)에 이른다. 불경기인 이때 잘 팔리겠는가.

"팬텀은 특정 국가나 시장, 혹은 2003년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 아니다. 롤스로이스 시장은 지난 1백여년간 전쟁과 경제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존재해 왔다. 연간 5천3백만대가 팔려나가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1천여대의 프리미엄급 차량을 사줄 고객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올해 중국에 대한 투자 계획은.

"중국과 곧 합작법인을 세워 본격 투자에 나선다. 중국의 고급차 시장에서 1위 업체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룹 경영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사건이다. 중국에서 앞으로 3시리즈와 5시리즈를 연산 3만대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또 향후 5년 이내에 중국 내 판매 대수도 15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

-자동차 업계의 경영환경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BMW가 가장 경계하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현재의 성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만심을 경계한다. 무엇보다 헝그리 정신을 가져야만 한다.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 "

-한국에서 2005년부터 경유 승용차 판매를 허용할 예정이다. BMW의 진출 계획은.

"지난 5년간 BMW의 경유차는 판매량이 1백50%나 늘어날 정도로 해가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엔 24만5천9백17대를 팔았다. 유럽시장에서는 BMW 고객의 45%가 경유차를 선택하고 있다. 다만 한국을 비롯해 일본.미국 등의 경유 승용차 허용 기준이 유럽보다 높아 진입 장벽이 쳐져 있는 상태다. 현재 이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각국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건이 성숙되면 진출여부를 고려하겠다."

뮌헨=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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