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규제와 표준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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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물가안정 및 공정거래법에 따른 77년도 독과점품목 및 업체를 지정하여 오는 5월2일 고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지정 고시될 품목 수는 1백57개에 이르고 이와 관련된 업체는 2백72개에 달해서 76년도의 1백46개 품목 2백47개 업체에 비해 각각 조금씩 늘어났다.
독과점가격에 대한 법적·행정적인 규제가 물가억제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해야 할 것이나, 경제정책의 종합성이라는 측면에서 가격통제나 규제가 미치는 이해득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깊은 검토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우선 투자성장·조세·통화정책 등 물가변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깊은 성찰이 중요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들 종합 정책적인 측면에서 물가요인이 크게 축적되고 있을 때 정책이 이들 요인 때문에 가격조정을 해주어야 하는 부분과 독과점행위 때문에 억제되어야할 부분을 구분한다는 것은 업무량의 중압이라는 측면에서 보거나 이론적으로 계산해내는 작업의 불 분명성 때문에 매우 어려운 것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이 경우 행정적인 편의성과 속효성을 중시하는 관행 때문에 개별기업에 사실 이상으로 무거운 부담을 주게될 여지는 매우 크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의 재무구조에 부당하게 압박을 주는 경향성이 부분적으로 파생될 수 있는 것이며 그에 따른 업종별·산업별 불평등대우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지금의 행정능력으로 보아 개별품목의 원가변동을 시시각각으로 추적해서 업체의 독과점적 조작행위를 가려낸다는 것도 서류 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때문에 가격조정에 재량요소가 개입될 소지가 없지 않은 것이며 그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리를 이같이 평가한다면 개별적인 가격조정을 그때그때 해주는 직접적인 통제는 현저한 독과점적 조작의 혐의가 있을 때에만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 아닌지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품목별 표준원가를 명시해서 거래하고 표준원가에서 일정율의 이상의 괴리가 없는 한 업체의 자율적인 가격조정을 허용해주는 방법을 연구해 봄직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표준원가를 미리 고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정책적인 의미가 있을 줄로 안다. 개별기업은 표준원가 구성을 기준으로 해서 자기회사의 취약점·시정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됨으로써 경영개선의 지표를 얻을 수 있게 되고 그럼으로써 정책은 원가절감을 힘 안 들이고 유도하는 효과를 얻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개별회사의 회계분석이나 원가분석을 근거로 해서 가격을 책정해준다면 부실한 기업의 경영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을 정책이 인정하는 역설도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경제에서는 원가를 절감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그 유리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기업가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이러한 시장경제의 원리를 인정하고 창달하려 한다면 표준 원가유도로 산업과 기업을 간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현저한 조작행위가 있을 때에만 정책이 직접 개입하는 것이 보다 능률적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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