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문 저 현상학과 분석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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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 서양철학을 총괄적으로 이해하려 할 때 가능한 방향은 그 분과의 수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런 중에서 현상학과 분석철학이라는 커다란 한 흐름 속에 상반되는 두 경향을 축으로 해 이해하는 방식이 있다. 바로 이 방법을 이 책의 저자가 택했다.
이 책의 기본입장은 현상학과 분석철학이 현대 철학의 공통되는 문제야식, 즉 과학적 지식과 구별되는 철학적 지식의 본질 또는 과학과 대치해 철학이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밝히려는 시대적 요청에 근거하고 있다. 이 두 경향이 어떤 철학적 사실내용이나 주장이 아니라 위의 요청에 부응한 방법론이라는 이해태도라고 하겠다.
따라서 여기서 소개, 해설되는 현상학과 분석철학이라는 개념은 어떤 특정한 철학자의 개념은 아니다. 다만 넓은 「스펙트럼」속에서 이해된 「현상학일반」「분석철학일반」이고 오늘날의 일반적인 「지적생활」을 정리, 소개하려는 의도 때문에 실존철학과 언어철학과의 연관 하에서 이해되고있다.
책의 구성방법으로 「일반적」인 논술방식이 의례 갖기 마련인 피상성울 피하기 위해 1부(구조)에서는 문제중심으로 두 경향의 상치 점과 합치점을 밝히고 2부(전개)에서는 두 학파에 속하는 대표적 철학자를 개별적으로 소개함으로써 구체적인 사상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결론으로 저자는 현상학적 방법과 분석철학적 방법의 효능을 낙관적으로 보고 현상을 본래의 의도대로 밝힌 연후에 철학이 놓일 자리를 염려하고 있다. 이른바 「철학의 종말」을 예고한다. 그리고 새로운 철학의 영역으로 「이념학」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의 해설은 비교적 입장에서 볼 때 많은 허점이 있음도 사실이라 하겠다. 요컨대 지나치게 야심적인 계획을 너무 작은 그릇에 담은 감이 없지 않다. 저자는 미「시몬즈」대 철학교수. 이영호<철학·성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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