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직 외 편 문예 사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 책은 김치수의 문예사조의 의미와 한계를 비롯하여 외국이론가와 한국이론가 26명의 글을 싣고있다. 백철의 『신문학사조사』이후로 한국문학연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문예 사조론이 한 권의 책에서 정면으로 분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한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있다.
1부에서는 「바로크」문학에서부터 구조주의에 이르기까지 주로 서「유럽」의 중요한 문예사조가 ▲어떤 경우에는 어떤 사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이론가의 글을 통해 ▲어떤 경우에는 어떤 사조의 새로운 의미를 캐낸 이론가들의 글을 통해 ▲어떤 경우에는 어떤 사조를 개괄하고있는 한국이론가들의 글을 통해 설명되고 있다. 균형 면에서 보자면 낭만주의에 지나친 비중이 가해졌고 「프랑스」그전주의와 계몽주의시대에 대한 설명과 「에밀·졸라」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고」의 「크롬웰」서문, 「장·루세」의 「마르크」문학개관, 「샹플뢰리」의 사상주의론 등은 자료로서도 훌륭한 것들이며 그 글들을 대할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다.
2부에서는 외국의 문예사조가 한국에 어떻게 수용되고 진전되었는가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다. 그 반성의 한계는 그러나 30년대의 「모더니즘」에 한정되고 있어 50년대의 「모더니즘」과 실존주의, 60년대의 반 소설 운동·초현실주의 운동 등이 논의되지 않은 게 유감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특정은 사조중심의 문학기술이 가지고있는 약점을 미리 환기시킨 후에 외국의 사조를 과학적 지식과 같이 객관적인 문학적 지식으로 믿지 말라는 전제 밑에 그것의 모습을 부각시키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예사조를 통해 반 문예 사조에 이르게 하고 반 문예사조를 통해 문예사조에 이르게 한다는 힘든 작업을 이 책은 떠맡고 있다. 편자들은 문학평론가. 김현<불문학·서울대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