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파키스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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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국철학자 「버트런드·러셀」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모든 동물들은 식욕·성욕·물욕 등 갖가지 욕망과 본능을 갖고 있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들은 자신의 야성적인 본능만을 마르는 무절제한·생활은 결코 하지 않는다. 스스로 한계를 존중하는 무서운 절제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만은 한가지 예외를 갖고 있다. 권력욕, 그것은 한계도 절제도 없다고 「러셀」은 손가락질을 했었다.
최근 「파키스탄」의 「부토」수상을 보며 문득 그 생각이 난다. 우선 정치적 공과는 덮어두고 라도 무려 7주를 두고 끝도 없이 그를 괴롭히는 시위군중과 반대 세력들의 아우성에 맞서 있다. 그 집착이 놀랍다. 끝내는 계엄령이 선포되고, 그들에게 발포까지 했다. 벌써 2백50여 명이 생명을 잃었다.
정치적인 욕망을 넘어 범인들은 그 인간적인 고뇌를 견뎌내기조차 싫을 것 같다. 귀를 막고 눈을 감는 것도 잠시일 뿐 생각 같아서는 산 속으로라도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부토」는 끝내 버티고 서서 견디고 있다.
「부토」는 주장한다. 야당은 총선거에서 36%내지 38%의 표를 얻었을 뿐이다. 그들은 정책 대안도 없다.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15석 정도가 문제다. 이 가운데 3, 4석은 여당이 우세하다. 결국 2백 석 가운데 11석 때문에 국가를 때려부술 수 있단 말인가?
지난주 「부토」는 「뉴스위크」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도 했었다. 『만일 내가 이 자리(수상직)를 떠나면 당신은 국민들의 눈 속에서 눈물을 볼 수 있을 거요. 나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은 나와 같은 인물을 이 나라가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 그것이요. 국제정치를 보는 눈으로나. 이 나라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으로나, 이 나라를 이끄는 능력으로나, 나와 같은 인물을…』.
「부토」는 미국「캘리포니아」대학과 영국「옥스퍼드」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고 한때는 국내대학에서 해법을 강의했었다. 변호사 생활에 이어 「회교사회주의」를 외치며 군부독재에 반기를 든 것은 그의 정치적 명망을 높여주었다. 1971년 「야햐·칸」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하고 나서 그는 공무원의 차 마시는 시간을 하루20분으로 제한하는 등 쇄신국정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경제 정책에선 좀 채로 성과가 없었던 것 같다. 「인플레」는 쉬지 않고 진행되고 있으며 물가고도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소득은 아직도 1백5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야당의 정치적 선동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이런 상황이 뒷받침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국 「파키스탄」은 이제 계엄령에 매달려 난국을 해쳐가려고 한다. 정부의 악순환-. 이 나라의 사태는 우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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