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붕의 단독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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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의 한일관계는 일본의회의 한일대륙붕협정 비준 전망을 비롯해 생사류「쿼터」 협상 결렬, 일본의 가중되어 가는 수입규제와 일본내 반한 단체의 극성스런 움직임 등 불안 요인이 많다.
이에 더해 일본의 영해 12해리 확장과 2백 해리 어업수성설정 움직임, 그리고 그에 따른 독도의 영유권 제기 등 한일관계는 자칫 폭발적 양상으로 발전 할 소지도 있다.
현재 우리측은 두 나라간의 모든 불안한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신중하고 조심스런 유보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대륙붕협정 비준안 처리를 앞두고 일본의회나 국민을 가능한 한 자극하지 않겠다는 배려이다.
다시 말해 한일간의 모든 불안요인이 당장은 대륙붕협정의 비준이라는 당면 과제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듯 한 형국이다.
그런데 만약 이번에도 대륙붕협정의 비준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해보자. 그 동안 쌓여온 모든 문제가 그야말로 봇물 터지듯 일시에 터져 나올 위험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런 뜻에서『대륙붕 협정 비준안이 이번에도 통과되지 않으면 한국의 대일 입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 김영선 주일대사의 경고를 한낱 엄포로 보아선 안될 것이다.
한번 냉정하게 따져보면 사리는 명백하다. 한일간에 대륙붕협정이 체결된 것이 74년1월이고, 우리 국회가 이를 비준한 것은 그해 12월이었다. 그렇다면 협정체결이후 3년3개월이 지났고, 우리가 비준조치를 한지도 2년 반이 다 되었다는 얘기다. 도대체 다자간 협정도 아닌 양자간 협정의 비준을 이렇게 늦추는 무례가 어찌 허용될 수 있단 말인가.
그나마 혹시 이 협정의 발효가 별로 시급하지 않다 든가, 우리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라면 또 이해할 여지도 있겠다.
우리는 물론이고 일본도 원유의 수요를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으로,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외화의 절약을 위해 부존자원의 개발이 급박하긴 마찬가지다.
물론 해저7광구와 5광구의 남쪽부분으로 형성된 공동개발구역에서 과연 석유가 펑펑 쏟아질는지는 두고볼 일이나, 일단 국제적으로 상당한 가능성이 인정된 구역이고 보면 한시라도 개발을 유예할 처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벌써 6년이 넘도록 기다리고만 있다.
초기의 3년간은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때문이었고 최근 3년여는 일본의회의 협정비준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협정이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 하지만도 않은 것은 우리가 주장했던 육지영토의 자연연장론 이 「유엔」 해양법 회의에서 대세를 이루고있는 것만 보아도 분명하다.
이렇게 시급하고 호혜적인 협정의 비준을 일본의회가 마다할 합리적인 이유를 우리는 찾으려해야 찾을 수가 없다. 이제는 일본의회 특히 집권자민당이 일대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정말 안되겠다.
이번 일본 국회 회기 중에는 꼭 이 협정의 비준을 끝내 한일간의 모든 불온한 문제가 폭발적인 양상으로 번지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될 기틀이 마련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그리고 정부도 또 다시 대륙붕협정이 비준되지 않을 경우 이번에야말로 단순히 엄포가 아니라 실제로 대륙붕 7광구의 단독개발에 착수하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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