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의 해외관광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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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통부 당국은 80년대에 들어 일반인에게 해외 관광여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계획은 물론 당장에 실현될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해외여행이 일종의 특권처럼 되어 일반국민에게는 사실상 거의 가망이 없던 우리의 현실에서는 크게 기대되고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각국의 관광객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유독 우리만이 언제까지나 이 같은 추세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뿐만 아니라 또 우리 국력의 더 한 층의 신장을 촉진하고 더욱 효과적인 민간외교를 추진하기 위한 견지에서도 이제 이 문제는 오히려 권장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긴 당장에야 외화절약을 위해서나 국가안보상의 문제 등으로 어려운 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관광이 국제간의 이해를 촉진하고, 그 나라의「이미지」부각에도 큰 역할을 하는 점에서 외래관광객의 유치와 함께 되도록 많은 국내인이 해외로 나가 국위를 선양하고 견문을 넓히도록 한다는 것은 세계가 하나의 우주 가족화 하고 있는 오늘의 추세에 비추어 크게 바람직한 일인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해도 주말이나 연휴에 가벼운 마음으로 외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라에서는 정부가 해외여행을 적극 권장하는 것은 아니나 직장인이나 여행사·항공사에서 여행자를 위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직장에서 동료들끼리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적금에 가입, 단체여행비를 마련하면 직장에서는 여비의 일부를 보조해주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미국의 2백주년 건국기념일이나「올림픽」등 국제적 행사에는 특히 여행을 장려, 일본의 국력을 과시하고 문화교류에도 큰 배려를 하고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이들과는 처지가 상당히 다른 점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으나「받아만 들이는」우리의 관광정책만을 가지고는 이제 우리나라에의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는 것임을 깊이 성찰해야할 것이다.
입안당국자도 우리의 국민소득이 80년부터 1천「달러」를 상회하면 해외여행을 자유화해도 국내경제에 지장이 없으며 IMF(국제통화기금)도 1인당 소득이 8백「달러」를 넘으면 해외여행을 권장토록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같은 말은 매우 타당성 있는 지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없는 외국인들 사이에는 아직도 우리나라를 6·25때와 같은 불안한 상황으로 연상하는 사람이 많아 관광객 유치에 지장이 많다는 것이 관광당국자들의 말이고 보면 한국에 대한 이렇듯 그릇된「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서도 우리나라 관광객이 해외에 나가 국위를 드높이고 친분을 두텁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돼야함은 당연한 이치다.
또 외래관광 수입이 증가하면 그 상당부분을 다시 내국인의 관광여행에 쓰도록 하는 것이 온당한 일로 여겨진다. 그렇게 해야 서로 갔다 왔다하는데서 관광객도 늘고 수입도 오를 것이기에 말이다. 교통-통신의 발달은 국내를 동일 생활권·동시 생활권으로 만들고 있음은 물론 나아가 세계를 하나의 가족으로 좁혀주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바램」은 얼마간의 돈이 생겼다 해서 누구나 허황 된 꿈을 꾸도록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세계가족」의「일원」으로 행세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해 국민의 긍지를 드높여 주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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