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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TV 속 소시오패스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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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죄책감 없이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 잘못된 행동이라는 개념이 있고(소시오패스), 없고(사이코패스)가 차이다. TV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악마적 캐릭터들이다.

 우리 대중문화에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7년 호러 영화 ‘검은 집’이다. 2008년 ‘추격자’는 아예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사람을 죽였다고 태연하게 말하는 하정우의 연기가 소름 끼쳤다. 이어 최민식이 역대 최악의 사이코패스로 나온 ‘악마를 보았다’ 등 사이코패스 영화 붐이 일었다. 피칠갑 화면, 극단적인 잔혹 취향에 기대어 범죄 세계를 그린 스릴러·호러 물이다. 택시 기사, 서민 동네 이웃들이 사이코패스로 등장했다.

 최근 TV드라마에서 눈길을 끄는 캐릭터들은 일시에 쏟아진 권력층 소시오패스들이다. 사회적 존경을 받는 엘리트이면서 양심의 가책 없이 악행을 일삼는다. 중국에까지 열풍을 일으킨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후계자인 그는 아내를 정신병자로 몰고 연인을 살해한다. 후계 1순위인 형을 독살한 것도 모자라 동생까지 노린다. 자신의 권력에 방해되면 가차없이 제거한다.

 이번 주 종영한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의 젊은 대기업 총수 최원영은 더 나아간다. 역대 최강, 절대악의 화신이다. ‘손해보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받들어 오직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정부 인사 살인, 대국민 무차별 폭탄테러를 감행한다. 북한을 이용해 주민 학살 사건을 일으키고 나라를 통째로 해외 군산복합세력에 팔아넘기려 한다. 자신의 조종을 거부하는 대통령까지 살해하려 한다.

 상위 0.01% 비밀 엘리트 집단의 음모를 그린 KBS ‘골든 크로스’의 금융 엘리트 엄기준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소시오패스다.

 변태적인 서민 범죄자로 영화에 등장한 사이코패스 캐릭터가, 어느덧 온 국민을 적으로 삼아 권력을 농단하는 권력층 소시오패스 캐릭터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양상이다. 한결같이 무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경제 엘리트, 기득권층이다.

 극적 과장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TV드라마가 대중의 현실인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권력층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얼마나 깊은지 보여준다. 사실 드라마를 볼 것도 없다. 소시오패스(라고 할 수밖에 없는 자)들이 돈을 쫓다가 벌인 대형 범죄의 참상을 연일 현실에서 확인 중이니 말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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