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수행정의 문제점을 살핀다|교과서를 너무 소홀히 만들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교과서 부정사건을 계기로 문교부는 현재 국정과 검인정으로 이원화되어있는 중·고교 교과서 발행체계를 모두 국정으로 한다는 전제아래 이에 따른 구체적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와 함께 교과서 편수문제의 시비를 논하는 모임이 11일 YMCA강당에서 있어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강연을 한 차경수 교수(교육학·서강대)와 신세호 씨(교육개발원 연구부장)를 통해 교과서 편수과정의 문제점과 제도상의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신·차 교수는 우리나라 교과서가 담고있는 문제점을 ①내용의 빈약과 저질 ②현실을 못 따르는 낡은 내용 ③참신한 필자 발굴의 봉쇄 ④질적 향상을 위한 연구와 투자의 결여 ⑤편수·행정기구의 기능조직의 미비 ⑥영리를 추구하는 개인업자의 깊은 관여 등으로 지적했다.
차 교수는 우리나라 교과서 내용이. 추상적이고 문제해결의 구체적 힘이 부족해 자연히 학생들이 교과서 이외의 부교재에 의존하는 폐단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교과서의 저자를 지명도가 높은 한 두 사람에게만 의존, 교과서가 학문적인 것을 알기 쉽고 가르치기 편리하도록 재조직하는 편수과정에 맹점이 있다면서 이의 시정을 위해 전공학자·일선교사·교육심리학자·교육과정전문가·교과평가 전문가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편수기구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신 박사도 현재 33명의 편수국 관리가 1년에 1천3백38권의 교과서를 편수, 1명이 3일에 1권씩 교과서를 펴내야 하는 실정도 편수 행정기구의 미비로 인한 맹점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교과서 내용이 인문 자연과학분야의 생생한 지식을 담지 못하고 30년전의 낡은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판업자는 교과서 발행을 영리를 위한 이권으로 생각지 말고 교과서에서 생긴 이익을 교육을 위해 재투자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교과서 발행을 사명감과 명예로 여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이를 막기 의해 국정이든 검인정이든 정부가 투자를 하고 대신 저작권을 갖고 공급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학생용 교과서와 함께 교수용 지도서 발행도 함께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경우 4백∼5백「페이지」교과서 부피에 못지 않은 교사용 지도서를 함께 발행하는 것은 교육을 개념과 법칙중심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점을 중요히 여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과서를 국정으로 해야하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 두 사람은 이에 앞서 검토해야할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국정으로 하면 ①싼값으로 교과서를 공급할 수 있고 ①교과서마다 차이가 나는 학습내용의 통일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으나 내용이 획일적으로 될 수 있다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한편 똑같은 내용을 수백만 학생들에게 똑같이 가르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교육은 획일화보다는 다양화를 추구하고 교과서에서도 이 같은 원리가 적용돼야한다면 전 교과서의 국정 화에 대해선 일단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차 교수가 한결같이 강조한 것은 국정·검인정 문제보다는 앞에서 지적한 교과서 자체가 안고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과감하게 개편하는 작업이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김준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