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제54화 배재학당(57)-고종황제가 1886년 하사한 현판의 글씨|<제자·윤성열>윤성열|교사진

1920년대의 배재고보 교사진은 당대 일류 교육자들과 학자들로 짜여져 있었다.
이중화·강매 교사는 정인보 선생 등과 학문의 경지를 나란히 하는 학자들이었으며 김성호·김인식·신봉조 교사 등은 우리나라 중등 교육계의 귀감이 될만한 일선 교육자들이었다.
무관학교 출신이었던 이성렬 선생은 항일 애국투사로서도 유명했고 학당 명예 졸업생으로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육정수·송언용 선생과 고교 1회 졸업생인 김동혁도 당대의 쟁쟁한 중등교사들이었다.
이들 배재의 교사들은 거의가 별세했고 현재 이화여고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신봉조와 장용하 이경렬 등이 생존해 있는 정도다.
동운 이중화는 1881년 서울 징청방 두석동(현 종로 1가)에서 출생. 18세 때 흥화학교 영어과에 입학했다. 운계 오성근 등과 함께 애국 교육가였던 남궁억 선생에게 영어를 배우고 1903년 졸업했다.
흥화학교 시절의 이중화는 침착하고 예의 단정한 수재였다. 졸업과 동시에 모교 강사로 취임, 2년만에 총 교사(교감)로 승진했다.
1910년 배재학당 교사로 부임, 3·1운동 때는「세브란스」병원 맨 위층 방에서 독립선언문을 영역 등사해서 주한 외국인들 집에 뿌리는 등 크게 활약했다. 배재에서 17년 동안 근속, 부교장까지 지내고 1935년9월 경성여자 미술학교 교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재단법인「한글 집」(조선어학회) 이사장직을 맡았다가 1942년10월 학회 의원의 검거 선풍 때 구속돼 갖은 고문을 당하고 함흥감옥에서 복역 중 해방직전 병 보석으로 출감했다.
1948년 국학대학 학장으로 취임했으나 6·25동란 때 불행히 북괴군에 붙잡혀 1950년7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충남 천안출생인 근원 강매 선생은 23세까지 한문을 수학하다가 1908년 서울 양잠학교를 나온 후 도일, 일본대 법과를 졸업했다. 1912년 배재학당 교사로 부임, 부교장까지 역임하고 1935년 개교 50주년 때는 20년 근속 표창을 받았다. 그는 한학에 조예가 깊어 한문선생을 했지만 영어와「에스페란토」어에도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
성격이 날카롭고 엄해 학생들은 그를 무서워했지만 한편 그의 해박한 지식과 인격을 크게 존경했다. 특히 유창한 한시 실력은 학생들의 큰 인기를 모았다.
그는 배재에서 언론계로 전직, 중앙·시대일보 등의 편집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저서로는『한문문법 제요』『법률요강』등을 남겼다.
1893년 평양에서 출생한 김성호는 숭실대 교리과 재학시절부터 모교인 숭실 중학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했다.
50여년 동안의 한 생애를 오직 교육에만 바쳐온 그는 숭실대를 졸업(1914년)한 후 곧바로 배재 교사로 부임했다. 17년 동안 배재에서 교편을 잡다가 신성·양정·연안·영신·김포농고 등으로 옮겼다.
1958년 정년퇴직 후에는 다시 배재 고등학교의 강사로 나와 끝까지 일선 교단을 지켰다. 그는 연안중학교·김포농고 등에서 교장을 하면서도 전공 과목인 교학 시간은 자신이 직접 수업을 했다.
저서로는『산술교과서』(l921년),『대수학 교과서』(1922년)등을 남겼다.
강원도 정선 출신인 신봉조는 l924년 연사 사학과를 졸업한 후 모교 교사로 부임, 세계사와 영어를 가르쳤다. 배재고보를 5년간 재학하는 동안 계속 전교 최우등생으로 표창을 받은 수재였다.「아펜젤러」2세 교장은 교사가 된 그를 좀더 키우기 위해 l928년 배재교비로 일본 유학을 시켰다. 동북제대 사학부를 졸업한 후 모교로 돌아와 근무하다가 1938년 이화여고로 자리를 옮겨「이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현재까지 봉직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출생인 장용하는 1925년 일본 청산학원대학 영어 사범과를 졸업하고 모교 교사로 부임, 교감·교장을 역임하고 자유당 때까지 재직했다.
작곡가 이전열씨의 형님인 이경렬은 연전 문과 졸업 후 일본 조도전대 철학과에 유학했다가 중퇴하고 1926년부터 35년 동안 배재에서 영어선생을 했다. 교직을 천직으로 알던 그는 고결한 인격의 교육자로 학생들에게 많은 감화를 주었다. 저서로는『교육학』『영문욕조의 기초지식』영어교과서 등이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