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식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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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느 명문대학 출신의 며느리가 따로 사는 시어머니로부터 온 전화를 받는 것을 보았다. 필경 손자의 돌날 가도 좋으냐고 묻는 전화에『손님이 많으니 다음날 오시라』고 하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남편은『잘했다』고 하고 친정 어머니는 말없이 웃고 있었다.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들의 일이었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친손자 돌날에도 전화를 해보고 와야되는 시어머님은 나이 30에 혼자되어 외아들 유학 뒷바라지까지 한 분이었다. 분가할 때 TV만 얻어 갖고 매달 생활비는 잇지 말라는 당부를 남기고 나가셨단다.
딸이 고생스럽다고 굳이 분가를 시키는데 공이 큰 친정 어머니는 몇 년 전의 일이지만 대학입시 공부하는 딸이 게으름을 피우면 열심히 공부해야 좋은 대학에서 옳은 교육받고 사람구실 한다고 가르친 분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어머니를 생각해야 될 아들의 반응이『잘했네』인데 며느리인들 잘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시집가봐야 아는 며느리의 생리를 나야 말할 수 없지만 그 싫은 시집 식구들과 몇 십년을 살아온 남편과 사는 것은 싫지 않다니 묘하다. 어느 부인이 시집식구 좋다고 하는 며느리는 거짓말이라고 하는 소리도 들었지만 자신의 경우만으로 전체의 시집식구를 흉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 새 언니 말마따나 누워서 침 뱉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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