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시아」시찰단의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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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의회 및 행정부시찰단이「아시아」5개국 순방 길에 10일과11일 내한했다.
시찰단은「레스터·울프」하원 아 태 문제 소위위원장 등 하원의원 4명과「홀브루크」국무성 차관보 등이다.
미국 측의 발표로는 이들의「아시아」지역 순방은 어떤 특정문제 보다는 이 지역 정세를 광범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이 지역 담당인「홀브루크」차관보의 경우에도 주한미군 철수 같은 한미간의 당면 현안문제를 본격적으로 협의할 계획은 아닌 듯 하다.
그렇더라도「카터」행정부 출범이후 첫 고위 당국자의 방한이라는 점과, 또 주한 미군 철수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직후란 점에서 이들이 현지에서 보고 듣고 파악한 것은 중요한 정책 자료로 활용될게 틀림없다.
미국 사람들간에는 국력의 신장방향을 동쪽으로 하느냐, 서쪽으로 하느냐를 놓고 전통적인 외교정책 논쟁이 있어왔다. 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미국의 동쪽, 즉「유럽」을 우선한다는 기본방향은 정해졌지만. 그후에도 동쪽에 못지 않게 서쪽, 즉「아시아」·태평양도 중시해야 한다는 논의는 계속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전통적 외교정책 논쟁에서 볼 때, 미 새 행정부는 압도적인「유럽」우선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를 자아내기도 한다. 다만 일본에만은 여타의 「아시아」와는 별도로 특별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일까. 이러한 일본선호의 배경에는 한반도를 포함한 여타「아시아」지역의 중요성이 일본에 대한 애착을 통해 평가된다는 불쾌한 논리가 복재 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차지하는 특정지역의 중요도를 이렇게 단순 도식화하는 사고가 합당한 것일까.
소·중공과 맞 부닥치는「유럽」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미국의 세계전략의 2대 핵심이라고 하면 실상 서「유럽」이나 일본이나 한반도가 전략적 기여도에서 다를 것이 없다.
한반도의 평화 없이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가 안정될 수 없으며 동북아에서 공약을 수행하지 못한 미국을 서구가 신뢰할 리가 있겠는가.
본 난이 이미 지적했듯이 주한미군을 빼는 일이 급한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이 지역에서 힘의 균형과 전쟁 억지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정치·외교·군사적인 보장조치가 우선 강구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북괴의 단독 남침을 격퇴할 수 있는 자주국방력확보에 노력해 왔다. 미국의 협력이 적극적이기만 하면 전력증강 5개년 계획이 완료될 80년에는 전력 면에서 북괴의 우위에 설 기틀이 확보된다.
이는 군사적으로도 우리가 결코 미국의 짐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군사적으로 미국에 큰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 다만 미국이 소·중공의 북괴에 대한 지원을 억제하는 이 지역에서 전쟁억지와 세력균형의 균형자적 역할을 계속해줬으면 하는 것뿐이다.
이러한 균형자적 역할은 세계의 지도국으로서 미국의 책임일 뿐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란 미국의 전략목표와도 부합되는 것이다.
이번 미 시찰단의 방한이 주한 미군 문제를 비롯해 한미 현안에 대한 미국인들의 보다 정확한 사태 판단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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