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의 모함 보도를 좌시 할 것인가|주령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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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국 특파원이 남의 나라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든 그것은 각자의 자유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가 남의 나라 일을 보도함에 있어서 자기의 편견을 억지로 관철하려든다거나 사실을 악의로 왜곡한다면 이는 언론 자유의 난폭한 악용이다. 그러한 행위는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독을 뿌려 국민간의 우의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최근 일부 외신은 한국과 관련된 보도에 있어서 아무리 봐도 악의라고 밖에는 판단이 안가는 사실의 왜곡으로 우리를 불쾌하게 만든 몇가지 사례가 있었다.

<거듭되는 악의적 오보들>
지난 6일 일본의 독매 신문은 김종필 전 총리가 미국에 가서 대미 공작 조직을 재건하기 위해 은밀한 활동을 벌였다는 동지의 앞서의 보도가 무실하므로 이를 모두 취소하고 사과한다고 정정하였다. 이보다 며칠 앞서 미국의 「워싱턴·스타」지도 오정근 의원이 75년 미국에서 미국 상하원의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매수하려들었고 이를 미국 정부가 조사중이라던 동지의 몇주전 보도가 사실 무근임이 밝혀져 이를 정정한다고 했다.
두 신문은 다같이 우리측의 항의를 받고서야 그와 같은 정정을 내게 되었는데, 만약 그런 맹랑한 오보가 아무런 시정 없이 그대로 넘어가 버렸다면 이는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그 보도 내용의 성질에 비추어 우리 국가의 위신도 크게 손상시켰을 것이요, 해외에 있어서의 한국의 「이미지」를 매우 더럽혔을 것이 분명하다.
김 전 총리의 경우 독매의 특파원은 그런 말을 미국에 있는 어느 반한 단체 인사로부터 들었다고 했는데 동지가 보도한바 김 전 총리가 미국에서 은밀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던 바로 그 시기에 본인은 대통령 특사로서 「페루」를 친선 방문, 「베르무데스」 대통령을 비롯하여 그 나라 수뇌들과 교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독매 특파원은 반한 단체 인사의 거짓 제보에는 귀가 솔깃했으면서도 그런 일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또 김 특사의 「페루」 방문에 관한 연일의 보도를 외면한 채 한국에 대한 악의에 찬 심정만으로 그 오보를 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또 오 의원의 경우, 그는 75년 중에 어떤 목적으로도 미국을 방문한 사실이 없었고 또 「워싱턴·스타」지가 그와 관련이 있다고 전한 어느 누구하고도 전혀 면식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워싱턴·스타」지의 보도 과정에서도 사실을 고의로 왜곡하려는 불순한 동기가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국가 위신의 손상>
이밖에도 일부 외신의 편향된 보도가 국내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낳게 한 몇가지 일들이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야당의 김영삼 의원에 관해 금전 관계를 보도해 김 의원이 항의했는가하면 문제의 독매 신문은 지난달 불확실한 자료를 근거로 국내의 일본 차관 업체들을 『이권에 붙어먹는 부실 기업』 운운하여 국내외에서의 이들 업체의 공신력을 크게 추락시켰다.
또 일본의 조일 신문과 영국의 「선데이·타임스」지는 한국이 임신 중절 수술에서 생긴 태아의 신장을 미국에 공급하여 「생물 무기」 연구에 이용토록 했다고 보도했는데, 세계 모든 나라가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이용하고 있는 태아의 신장 중에서 어찌하여 한국 태아의 신장만이 「생물 무기」 연구에 이용되고 있는 듯이 비뚤어지게 전해야만 했던가,
흔히 신문과 맞서면 자꾸 시끄러워진다고 해서 억울한 일이 있어도 주저앉고 마는 일이 있지만 최근 몇몇 외국 신문의 한국 관계 기사의 경우를 보면 견해차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오보이며 또 그 오보가 국가 위신에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무엇인가 강경한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다.
정정 기사로써는 피해와 명예 실추가 보상될 수 없다. 따라서 그 이상의 조치를 요구해야하며 또다시 그 같은 일이 없도록 하는 근본적인 보장 조치도 강구돼야 한다.

<정정 이상의 보상 필요>
모함이 있고 나서 항의-항의에 대해선 정정-이런 악순환을 그대로 감내할 수는 없다. 언론의 자유가 횡포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피해자는 이에 대항해서 자위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예거한 사례 중 김 특사의 경우를 제외한 사례에 있어서는 피해자들이 모두 명예 훼손과 손해에 대한 배상을 위해 법적 절차를 취하고 있는데 사법 당국도 이 억울한 피해자들을 공정히 보호할 것으로 믿는다. <필자=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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