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의 핵「축소」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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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카터」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핵확산 증가 추세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이 7개항의 핵 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대체로 핵연료로부터의 「플루토늄」의 추출이나 사용을 금지하고, 원자로의 건설 작업을 중지하며, 핵농축 기술의 수출을 정지하겠다는 것으로 돼있다.
이것은 군사 목적을 위한 핵확산의 방지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핵에의 의존도 자체를 아예 줄여나가겠다는 적극적 결의의 표명으로 간주할 수 있겠다.
「카터」 대통령으로서는 그 동안의 핵 확산 방지 조약이나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헌장 규정만으론 군사 목적을 위한 핵 확산을 방지하기가 어렵다고 보았던 모양이다.
특히 인도가 「캐나다」로 부터 수입한 원자로를 사용해 핵실험에 성공했던 사례와, 핵 확산 금지 조약에 서명하지 않은 「브라질」이 서독으로부터 8대의 원자로를 수입한 일들이 아마도 커다란 자극 요인으로 대두됐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이 두 나라말고도 전 세계적으로 약 20개 국가가 2백20여개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는데, 앞으로 80년대에 이르면 약 50개국에서 5백대 이상이 가동하게 되리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각국의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지면 질수록 원자력 발전에의 수요는 급증할 것이기 때문에 『평화 목적을 위한 핵 확산』 자체는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추세라 하겠다.
다만 한가지 문제점은 그것이 군사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어떻게 유효 적절하게 막느냐 하는 보장 조치 (Safe guard)다. 보장 조치란 핵 물질 또는 시설이 군사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련의 기술적 계량 관리 제도를 말하는데, 현재까지의 측정 기기만으론 아무리 정밀하게 다루어도 어느 정도의 오차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자로에서 나오는 폐기물로부터 추출해 내는 「플로토늄」 약 8㎏만 가지면 20「킬로·톤」짜리 광도형 원자탄 한개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실제로 원자로를 사용하는데 있어 계량 오산에 의한 「행방 불명 물질」만 따져도 연간 1개꼴의 원자탄은 거뜬히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80년까지엔 전 세계적으로 광도형 원자탄 2천 개를 생산할 수 있는 11만 「파운드」 상당의 「플루토늄」이 부산물로 생겨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런던」 회의에서는 원자력 기재 수출국 여섯 나라가 모여 「보장 조치」의 강화 방안이 토의되긴 했으나 별다른 묘안이 나오진 못했었다.
결국 그런 몇가지 미흡 사항 때문에 「카터」 대통령은 핵 확산 「방지」나 평화 목적에의 「보장」보다는 차라리 핵의 「축소」 또는 「폐기」쪽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이상이 아무리 고매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칫 원자력의 평화 이용이라는 건설적인 복지 수요 자체를 무시하는 일이 있어선 곤란하다.
과학 기술이라는 것은 그것 자체가 부도덕일 수는 없고 문제는 그것을 다루는 인간의 지혜와 양식에 달려 있다.
설사 핵을 폐기한다 하더라도 인간이 타락해 있으면 세상은 얼마든지 잿더미로 화할 수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선은 「보장 조치」의 강화를 통한 핵의 철저한 평화적 이용 방안에 더 큰 역점을 두는 편이 보다 바람직한 자세라고 믿어진다. 원자력 발전소를 세워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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