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출세를 위해 『폭로』로 줄달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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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대학의 신문학과 지망생의 숫자가 자꾸만 늘어난다. 원인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우드스틴」 현상』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우드스틴」이란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쳐 「닉슨」과 그 부하들을 백악관에서 축출하고 영웅 없는 미국에서 새로운 대중적인 영웅이 된 「로버트·우드워드」와 「칼·번스틴」 기자를 한데 묶은 호칭이다.
「우드워드」와 「번스틴」은 냉정하고 격식 차릴줄 모르고 무슨 정치적인 「이데올로기」 같은 것하고는 담을 쌓고 상사들이 보기에 남달리 뛰어난 능력도 없어 보이고 거기다가 기자 경험이라는 것도 없이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에서는 밑창에서 서성대던 하찮은 존재였다.
그런 젊은이들이 「워싱턴」의 기라성 같은 거물 기자들을 물리치고 그늘 속에 가려질 뻔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남김 없이 폭로하여 「퓰리처」상을 받고 백만장자가 되고 대중적인 영웅이 됐으니까 『난들 못하랴?』싶은 미국의 꿈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의 신문학과로 몰리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신문 방송학 전공의 학생수가 지난 60년의 1만1천명에서 77년의 6만4천명으로 늘어난 것이 「우드스타인 현상」의 물증이다.
그 「우드워드」와 「번스틴」 같이 감춰진 부정·부패·범죄·사회적 부조리를 집요하게, 그리고 집중적으로 추적하는 기자를 「수사 기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수사 취재는 미국 신문의 대세이고, 유행이고, 「텔리비전」과의 경쟁에서 신문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최강의 무기로 간주된다.
그러나 수사 취재라는 것이 「우드워드」와 「번스틴」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수사 기자의 가장 젊은 세대다.
월남전 시절 「밀라이」 사건, 「라발」 장군의 상부 명령 없는 월남 폭격, 「닉슨」의 「캄보디아」 폭격 명령, 「펜터건」 기밀 문서, 인도, 「파키스탄」 전쟁 때의 기밀 문서가 모두 당대 으뜸가는 수사 기자들의 업적이다.
「뉴욕·타임스」지의 「세이무어·허시」 기자는 혼자서 「밀라이」·「라발」의 북폭· 「닉슨」의 「캄보디아」 폭격 명령을 세상에 폭로했고 72년 「잭·앤더슨」은 인도-「파키스탄」 전쟁에 관한 「키신저」의 지시 사항을 문서 그대로 입수하여 그 전쟁에서의 미국의 「중립설」을 뒤집었다.
지금 「카터」와는 가장 가까운 기자라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의 「워싱턴」지국장 「잭·넬슨」은 18세에 「미시시피」의 지방 신문에서 수사 기자로 출발하여 고소를 당하기 22번, 「퓰리처」상을 받고 지금은 「워싱턴」 기자단 중에서도 제일 가는 「카터」전문가로 여유 있는 특종 기사를 계속 보도하고 있다.
72년 「뉴욕· 타임스」지는 국방성 비밀 문서를 입수 했을 때 취재비·보안 유지비 등으로 10만「달러」 (5천만원)를 지출하여 마침내 「퓰리처」상을 탔다.
수사 취재라는 것이 이렇게 월남전에서부터 특히 풍성한 수확기를 맞으니까 「수사 취재를 위한 기금」, 「남부 수사 연구 사업」 같은 수사 취재 후원 단체가 등장하고 주간 잡지「내셔널·인콰이어러」의 「제이·골리」 기자처럼 넝마주이 같이 「키신저」 집앞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이 그다지 진기하지 않게 됐다.
「잭·앤더슨」은 『햇볕이 최선의 해독제』라면서 FBI국장의 쓰레기통을 들여다보는 일에서 의원과 여비서의 행적을 추적했다.
「뉴욕·타임스」의 편집국장 「로젠탈」은 수사 취재 기자는 「탐정·변호사·사회 개혁가」의 역할을 한몫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오토·패스먼」 하원 의원, 「웨인·헤이즈」 의원, 「칼·앨버트」 하원 의장의 정계 은퇴가 바로 수사 취재의 산물임은 이제는 구문이다. 지금은 수사 기자들의 인기 품목은 박동선 사건과 문선명의 통일교의 내막이다.
더러는 박동선 사건의 대대적인 보도를 미국의 자유적인 신문들과 일부 하원 의원의 정치적인 동기에서 발단됐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미국 시민들 전체도 그렇지만 특히 수사 기자들은 「이데올로기」하고는 대부분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돈·「퓰리처」상, 그리고 출세다.
수사 취재에는 「센세이셔널리즘」이 따른다.
신문은 부수가 오르니까 수사 기자들을 지원한다. 출세를 향해서 일생을 뜀박질하는 미국 같은 풍토에서는 사회적인 부조리의 폭로와 시정은 주산물이라기보다는 부산물이다.
「시카코」 대학의 「웨인·브츠」 교수는 「타임」지 편집자들을 보고 『당신들이 만드는 잡지는 당신들의 권력 추구의 위장에 불과하고 당신들이나 살인자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도덕적으로 지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요』라고 일갈한 사실은 미국 신문들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가십」 위주의 「센세이셔널리즘」과 출세 위주의 수사 취재라는 미국 「저널리즘」의 경향은 철학과 도덕이라는 토양 위에서 번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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