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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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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드골」은 일본을 보고 『「트랜지스터」 상인의 나라』라고 비꼰 일이 있었다. 값싼 일제 「트랜지스터·라디오」가 한때 세계를 휩쓸었던 때문이다.
일본의 전후 부흥은 한국 동란의 덕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긴 일본은 월남전에까지 손을 뻗쳐 미국의 「스마트」 폭탄 부분품까지도 만들어 냈었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면 그에 앞서는 것이 있었을 것 같다. 그것은 기술 혁신에 대한 일본의 잠재력이다. 설령 바로 이웃에 「전쟁 시장」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여기에 상품을 댈만한 생산 능력, 곧 그만한 기술적 적응력이 없었다면 뜻대로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경제 성장을 추진해준 요인은 한마디로 기술의 개발과 혁신을 지적할 수 있다. 그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축적된 기술을 도입하는 일에서부터 자주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이미 l910년대에 금세기 최대의 경제학자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J·A·슘페터」에 의해서 이론으로 설파된 일도 있었다. 그의 명저 『경제 발전의 이론』의 초판이 출간된 것은 1912년.
「슘페터」는 이 저서에서 경제 발전의 계기를 「이노베이션」(혁신)으로 설명했다. 이것은 고전학파는 물론 「오스트리아」학파, 또는 「카르·마르크스」의 주장까지도 뛰어넘는 그야말로 혁신적인 이론이었다.
「슘페터」는 여기서 몇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그 첫째가 「이노베이션」이다. 기술 혁신은 생산 요소는 물론 그 조직에까지도 변혁을 일으켜 생산 요소들의 결합을 새롭게 해준다. 그 결과는 한층 능률적인 생산과 함께, 새로운 생산물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판로를 찾게 되고 독점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슘페터」는 다만 기술적 발명만을 혁신의 기본 동기로 삼지는 않는다. 그는 기업가와 은행의 신용 창조라는 두가지 요인도 지적했다. 비록 기술의 혁신이 있어도 이것을 경제 과정에 도입하는 혁신적 기업가의 선택과 의지가 없으면 무위로 돌아간다.
하지만 혁신적 기업가의 의지만으로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의 혁신적인 생산 수단을 뒷받침해 주는 신용 창조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가히 경제 발전을 구가하는 삼중주의 경지를 방불하게 한다. 혁신적 기업가·「이노베이션」·은행의 합주인 것이다.
최근 정부는 우리의 기술 혁신을 위해 선도 업체를 지정하고 세제·금융상의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슘페터」 이후 60년만에 한국 경제도 이제 겨우 그러한 발전 단계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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