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에르」를 낸 김붕구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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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 25년 교수 생활에서 과연 문학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들레르」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어요.』-서울대 불문학 교수 김붕구씨는 지난 20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강의를 해왔던 「보들레르」를, 그의 독자적인 눈으로 밝히는 연구서를 냈다. (『보들레르-평전·미학과 시 세계』·문학과 지성 사간·4백70 「페이지」·4천8백원)
특히 한국의 외국 문학 교수로서 번역·소개 등 「전달」의 영역을 넘어 한 작가를 비평자의 입장에서 파고들어 책을 출간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는데, 그는 『지난 25년간의 집념을 고비 짓는 후련한 결정』이라고 흐뭇해한다. 『내가 불문학을 공부하고 또 가르치면서 그렇게도 감탄했던 「메티에」 (천직) 정신을 나도 인제 비로소 가져 본 것 같군요.』. 교수로서의 자격을 얻은 것 같다고 그는 첫 연구서를 설명한다.
더우기 그의 『보들레르』는 한 불문학 교수로서의 학문적 동기를 넘어 『한 작가와 독자가 시간과 거리를 뛰어넘어 만나는 사랑의 연결』이라고 했다.
『6·25 때 쫓겨다니면서 생지옥을 살 때였어요. 내가 갖고 있던 「불 현대시선」에서 유독 「보들레르」의 시만이 나에게 살아 있고 나를 달래주었어요. 그래서 내가 만일 앞으로 살아 남는다면 이 작가를 찾아보리라 마음 먹였지요.』 김 교수는 이것을 「만남」의 기연이라고 했고 그 후 교수로서, 불문학도로서 「보들레르」와의 만남을 쌓아 가면서 그는 작가론을 써야 한다는 「메티에」 정신을 굳히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작가를 보는 눈은 여러 가지로 변할 수 있지요. 한국의 한 교수로서 보는 「보들레르」가 또 다를 수가 있어요.』 김 교수는 1년에도 몇백 편씩 발표되는 외국의 「보들레르」 연구 논문들을 일부러 제쳐놓고 「보들레르」의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시인 자신의 의식의 중심을 받아 옮기도록 했다고 말한다.
『보들레르의 삶과 작품을 서로 조명시키는데 내 나름대로의 줄기를 갖고 시작했습니다.』 집필을 시작한지 3년 만에야 끝을 낼 수 있었다고 그는 이 책이 「뜨거운 사랑의 독」라고 표현했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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