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소설의 이해』-김우종 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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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 소설의 이해』는 좋은 전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이 책은 소설의 근본적인 바탕을 상상력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비단 소설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 작품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 상상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가장 큰 전제는 올바르고 타당하다.
또 그 서두에 근대 이후의 한국 문학과 한국 소설에 대한 개관을 싣고 있는 것이 『현대소설의 이해』다. 본래 우리 현대 소설은 서구의 수용을 통해 형성·전개된 문학 「장르」다.
그리고 이런 사실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흔히 그것을 전통의 뿌리에 연결시켜 설명하는 일을 망각해 버리기 쉽다. 그것이 『현대 소설의 이해』에서는 훌륭하게 극복되어 있다.
또 한국 현대 소설이란 바로 다름 아닌 우리와 동시대에 속하는 작가들이 쓴 작품을 가리키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해서도 넉넉한 배려를 베풀고 있다. 이책 제3장에 박경리 등의 소설을 다루는데 충당하고 있는 것이 곧 그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현대 소설을 효과적으로 다루는데 필요한 원형을 이 책은 고루 갖추고 있다.
다만 하나 아쉬운 것은 이 책이 소설의 구조 파악에 필요한 원형을 생략하고 있는 점이다. 본래 소설은 산문 문학의 주종을 이루는 문학 「쟝르」다. 그리고 근대 이후 그 특징은 더욱 강화되고 진폭이 확대됐다. 따라서 그 참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그 구조에 대한 이해가 요청된다. 그런데 『현대 소설의 이해』에는 그게 생략되어 있는 것이다.
김용직 <국문학·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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