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 운동과 갑신정변』|윤병석 외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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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삼성문화문고 (90)
작년 지상에서 대했던 한국 사대 토론이 아담한 소책자로 꾸며져 독자들 앞에 선보인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요즘 한국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고조되고 특히 개항 1세기를 전후하여 최근 세사 내지 현대사에 대한 문제 의식이 높아지는 때를 맞이해 알찬 토론의 성과가 누구나 쉽게 접근, 이해할 수 있도록 평이하게 그리고 광범한 문제를 다루었다는 것은 매우 때에 맞는 적절한 기획이다.
이 책은 제목이 가리키듯 자강 운동의 선봉이 된 1884년의 갑신정변을 중심으로 다루었으면서도 그 운동 주체들의 형성과 그 사상의 원류를 예리하게 분석한 폭넓은 시야 위에서 다루고있는 것이 특색이다. 이 방면의 전문학자 네분이 참가하여 진지한 토론의 전개로 거둔 수확은 이러한 기획물이 갖는 수준 이상의 학문적 성과까지 제시해주고 있다.
임오군란에서 갑신정변에 이르는 기간의 정치 정세의 재조명, 정변주동 인물의 의식 (주관적)과 전술상의 오류, 정변모의의 구체적 시기 문제, 정변 수행 과정에 나타난 일본의 대한 정책 등 종래의 개설적 견해를 구체적 자료를 구사하며 명쾌히 우리를 앞에 정리해 준 것은 크게 평가하고 싶다. 더우기 정변에 대한 평가 같은 대목에 이르러서는 각자 주관적 견해를 달리할 수 있는 매우 「델리키트」한 문제가 토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된 것은 퍽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초기 개화파의 대두 시기를 어디에 잡을 것이며 개화 사상의 내재적 발전의 원류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실학 사상 특히 북학파의 그것에서 구하는 대목 같은 곳에서는 토론 참석자 개개인의 견해 타당 여부는 별문제로 하고 근대 정신의 맥락을 찾아보려는 우리 독자에게 커다란 시사를 주고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항목에 따라서는 심층 분석이 부족한 점이 더러 눈에 띈다. 끝으로 흔히 구할 수 없는 해당 시기의 풍부한 사진이 풍족하게 수록된 것도 눈길을 모은다. 박현서 <한국사·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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