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권서 추방당한 작가들 근황|모국어 잃은 「침묵의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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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근착 미 주간지 「뉴스위크」는 소련을 비롯 동구에서 추방된 「문제 작가」의 근황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72년5월10일 소련 비밀 경찰 KGB의 음모에 의한 시인 「요시프·브로드스키」의 추방과 함께 시작된 소련의 문인 숙청은 소련 역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면서 이제 만 5년째에 접어들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동서의 「데탕트」 (「브로드스키」가 KGB에 소환 된지 2주일 후 「닉슨」 미국 대통령이 소련 방문)와 때를 같이하여 시작된 소련의 문인 숙청은 그 이전의 처형이나 징역형과는 달리 거의 모두가 국외 추방이라는 점이 특징.
지난 5년 동안 「안드레이·시냐프스키」 「알렉산드르·솔제니친」 「블라디미르·막시모프」 「알렉산드르·갈리치」 「빅토르·네크라소프」 「블라디미르·마람진」「다비드·마르키시」 「나움·쿠르즈하빈」 「안드레이·아말리크」 등 10여명의 저명 문인들이 추방되었으며 소련의 이 같은 문인 추방 선풍은 동구권에도 휘몰아쳐 「헝가리」가 「미클로스·하르스지티」 「이반·스젤레니」를 동독이 「볼프·비에르만」을 「루마니아」가 「비르질·타나세」「폴·고마」를 「체코」가 「파벨·코흐트」 「바클라프·하벨」을 각각 추방했다.
이들 추방 작가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보다 이들이 글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그들의 모국어로 작품을 쓰는 일인데 그것이 쓰여진 그대로 서 방세계에서 출판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파리」에서 살고 있는 소련 출신의 시인이며 작곡가인 「알렉산드르·갈리치」는 그들의 생활이 언어가 없는 생활이므로 하루하루가 곧 「침묵의 생활」이라고 표현한다. 추방 작가들 가운데는 산발적으로 작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몇 있지만 서방 세계의 언어로 번역 출판하려는 그들의 의도는 쉽사리 실현되지 않는다.
「노벨」상 수상 작가 「솔제니친」은 지속적으로 작품을 쓰는 작가에 속하지만 그 역시 출판된 작품은 거의 없다. 현재 미국 「버몬트」주에서 살고 있는 그는 제1차 세계 대전 중 「러시아」의 몰락을 그린 3부작 중 제1작 「취리히」의 「레닌」을 탈고, 번역 출판했을 뿐 다른 작품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66년 저서를 해외에서 출간했다는 죄로 7년의 중노동형에 처해졌다가 4년 전 서방으로 망명한 재능 있는 작가며 또 사회 비평가인 소련의 「안드레이·시냐프스키」도 마찬가지. 현재 「파리」 대학에서 소련 문학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망명 후 많은 글을 썼으나 한권도 출판되지 못했다.
『소련이 1984년까지 존재할수 있을까』라는 저자로 유명한 「안드레이·아말리크」는 『도대체 내가 이곳에서 효과적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없을까조차 알수가 없다』고 말한다.
최근 5년 동안 추방당한 문인들에 비하면 그 이전에 망명했거나 이민한 문인들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 있다. 약 20년 전 자의로 「폴란드」로부터 영국에 이민한 작가 「제르지·코진스키」는 성공적인 소설가 (영어)로 손꼽힌다.
최근 서방 세계에 추방된 공산권 작가들의 또 하나의 문제는 이들이 서방 세계에서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 전처럼 소련 작가들이 감옥이나 「시베리아」의 강제 노동소에 보내지면 서방측 기자들이 이들을 끈질기게 취재·보도함으로써 서방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문제가 있는 작가면 무조건 추방해 버리기 때문에 서방에 망명한 다음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작품 활동을 계속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미「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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