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상 압력에 「카터」도 뒷걸음|미 역대 행정부와 다른 무기 판매 억제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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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카터」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지 2개월이 훨씬 지난 이제서야 외국에 대한 무기 판매를 부분적으로 승인한 것은 한편으로 미국의 군수 산업의 강력한 압력의 작용 결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화당 행정부와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무기 판매 정책이 거의 확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덕 정치」를 내건 「카터」는 대통령 후보 시절, 공화당 행정부의 무기 판매 정책이 전쟁 위험을 증가시키는 행위라고 공격했었다. 사실 「닉슨」과 「포드」는 국제 수지의 균형을 맞추고 실업율을 내리는 수단으로 대외 군사 판매를 적극 장려했다.
「카터」는 취임하고 나서 무기 판매 승인을 일체 중단하고 새로운 정책의 검토를 지시했다.
아직도 검토가 완전히는 끝나지 않은 그 정책 보고서는『대통령 검토 「메모」 12호』라고 정식 이름까지 붙였다.
그렇게 해서 묶인 무기는 총 60억「달러」 (3조억원)나 되어 무기를 생산하는 일부 회사들이 도산 위기를 맞는다고 비명을 질렀다.
그래서 「카터」 대통령은 l백68「페이지」짜리의 검토서가 완성되기를 기다리지 않고 총 20억「달러」 (1조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하기에 이른 것이다.
「카터」 대통령이 승인한 무기 중에는 한국에 수출되는 것을 포함하여 「이스라엘」로 가는 곡사포와 「탱크」, 「사우디아라비아」와의 5억「달러」 (25억원)짜리 군수품 제조 계약, 「그리스」로 가는 「제트」 전투기, 그밖에 「나토」 회원 국가와 「파키스탄」으로 가는 무기가 포함된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29일 보도하고 백악관이 확인했다.
「카터」가 이번에 판매를 승인한 품목들은 말썽이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카터」는 앞으로 11억4천만「달러」어치의 「호크·미사일」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하겠다는 「레이던」 회사의 신청을 비롯하여 어려운 결정들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만약 「사우디아라비아」에 「호크·미사일」을 수출하는 것을 승인하면 유태계 「로비이스트」들이 들고 일어날 판이다.
「카터」의 무기 판매 정책은 과연 특정한 나라가 특정한 무기를 필요로 하는가를 관계 부처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검토하도록 하여 지금까지 무제한 무기 판매를 지양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1의 「죽음의 상인」으로 1974년에는 1백8억「달러」, 1976년에는 86억「달러」의 무기를 수출했다.
대외 무기 판매로 일자리를 얻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만도 35만명이나 되고 80억「달러」어치의 무기를 수출 할 때마다 국방성 기존 방위 산업 시설의 이용으로 5억6천만「달러」 를 절약한다는 계산이 나와 있다.
「카터」의 새 무기 판매 정책은 그래서 그의 인권 정책만큼이나 과감한 정책이고, 국내 경제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인권을 능가한다라고 일반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이 실제로 얼마나 무기 판매량을 줄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74년의 세계의 총 무기 판매고가 3천4백50억「달러」 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기 판매를 억제하겠다고 엄두를 낸 것 자체만 해도 보통 결단이 아니었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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