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업의 기능 <남 부총리의 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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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덕우 부총리 겸 기획원장관은 경제 각료 「팀」의 「팀」장으로서 한국 경제 정책의 조타수라 할 수 있다. 남 부총리가 어떤 기업관을 갖고 있으며 기업에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국제화 대비를>
-우리 나라에서 기업의 역할을 어떻게 보는가?
▲기업은 생산 세포 단위로서 경제 발전에 절대적인 중요성을 가지며 한국 기업들도 그런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일부 악덕 기업인 때문에 기업의 직능·가치가 정당히 평가되지 않고 있는 사태가 있음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윤 추구는 기업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이윤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단지 이윤추구의 방법·수단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기업은 공정·합법 한 경쟁에 의해 이윤을 얻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아 기업의 이윤 추구가 사회적 책임과 일치된다고 본다.
-정부가 현재 기업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기업은 국제 감각을 길러야 한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세계 시장을 상대로 장사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해외 진출 시대에 대비한 인재 양성·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둘째, 기업가의 기본 직능은 창조적 혁신이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여 생산 요소를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남보다 한걸음 앞서야 한다. 산업 구조가 복잡화하고 기업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것과 비례하여 기업의 혁신적 기능은 더욱 중요성을 갖는다. 새롭고 좋은 상품을 값싸게 만드는 것이 기업가의 생명이며 혁신의 기본요소다.
세째, 자유 기업 체제의 생명은 경쟁이다. 무질서한 과당 경쟁은 바람직하지 않으나 선의의 경쟁은 혁신의 원동력이며 경제의 생동력을 유지하는데 불가피한 요소다.
정부에서도 산업 합리화 운동을 통해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적극 유도하겠다. 독과점 기업이라 할지라도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은 막지 못하는 만큼 경쟁에서 이겨 나가도록 체질 강화가 시급하다.
앞으로 공정거래법도 가격 규제보다 경쟁 제한 행위를 시정하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너무 강하단 말이 있는데?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는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현 대산업 사회에서 확대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앞으로 불필요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수 기업가 많아>
기회 있을 때마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도록 당부하고 있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기업 활동을 적극 창달하는 것이다. 기업은 그 본업에 투철하여 창조적 혁신과 기술 개발로 공정·적법하게 돈을 벌고 세금을 내면 되는 것이다.
-한국 기업과 종업원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기업가는 근로자와 동고동락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종업원이 납득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아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종업원과 소비자를 아끼는 기업이 잘 되도록 경제 정책을 이끌겠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 보완적으로 같이 발전할 수 있다. 전자·기계같이 중소기업이 더 효율적인 분야도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라는 입장에서 유기적인 협조를 해가야 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을 보면 정말 놀라운 때가 많다. 기업가도 우수하다.
과거 큰 경험도 없이 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신뢰를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세차례의 5개년 계획을 통한 한국 경제의 놀라운 발전은 정부와 기업과 근로자의 힘이 합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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