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과 사고 속의 어린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른들의 무관심과 약삭빠른 상혼 때문에 어린이들의 건강과 심신의 안전이 끊임없는 위협을 받고 있음은 안타깝기 이를데 없는 일이다. 스스로는 건강과 안전을 지킬 능력이 없는 이들 철부지 어린 생명들을 바르게 키우고 애정으로 보살피는 일은 어느 사회에서나 어른들의 당연한 의무임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 나라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무신경과 태만으로 다른 나라의 어린이들처럼 제대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심지어는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의 탐욕의 희생물이 되고 있음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어른들의 잘못과 탐욕으로 말미암아 우리 나라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나 이 같은 사례는 대체로 2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유괴살인·폭행·동반자살·학대 등 주로 어른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직접 대상이 되거나 그 이용물이 됨으로써 애꿎은 회생을 당하는 경우다.
또 하나는 교통사고·추락사고·익사사고·폭발물사고·압사 및 감전사고·「개스」중독·식중독사고 등 어른들의 보호 소홀이나 시설관리 소홀로 빚어지는 경우라 할 수 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또 빈발하는 이들 각종 사고 때문에 고통을 받거나 희생당하는 어린이들의 수는 따라서 해마다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은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나와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어쨌든 어린이들을 위험 앞에 방치하거나 하물며 악용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문명사회에서는 용서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그런데도 우리 나라에서는 어린이들에 대한 이 같은 가해행위가 예사처럼 일어나고 있고, 더구나 그 빈도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음은 우리사회의 도덕적 파탄을 뜻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특히 어린이들의 동심을 멍들게 하고 그 심신의 건강마저 해치는 어린이용 유해식품·불량완구·외설만화 등이 학교주변에 범람하고 있음은 통탄스럽기 그지없으며 공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아이스크림」이 그것도 유명업소에서 제조된 것에서 허용치보다 훨씬 많은 대장균이 검출되는가 하면, 과자류에는 갖가지 유해색소가 첨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는 빙과류를 맛있게 먹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은 착잡하기 이를데 없는 심정을 털어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또 요즈음에는 어린이들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한 외설딱지·「담배과자」 등이 학교주변에 나돌고 있다니 이는 어린이들의 정신 속에 고의로 병인을 심는 일이나 다름이 없다.
어린이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티없이 맑은 동심을 해치게 되는 유해과자·부정완구·외설출판물들을 만드는 업자들에게는 침퇴가 내려져야 하겠으며 그들이 만드는 모든 제품에 조금이라도 유해요소가 함유되지 않도록 철저한 감시를 해야한다는 것은 사회 의무이다.
가정·학교·사회는 힘을 합해 우리 귀여운 어린이들을 위험과 사고 앞에 방치해 둘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이들을 보호하도록 하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