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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블랙새터데이 뒤 응급체계 다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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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호주 재난위기관리청 크리스 콜렛 부청장은 수도 캔버라 본청에서 “재난 사고 땐 늘 예상치 못한 허점이 발견되는 만큼 끊임없이 매뉴얼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한국언론진흥재단]

“대형 재난 사고는 초기 대응만큼이나 사후 원인 조사가 중요하다.”

 호주 캔버라에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만난 재난위기관리청 크리스 콜렛 부청장은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주관 한국·호주 교류 간담회에서다. 재난관리청은 호주 연방 법무부 소속 기관으로 한국의 소방방재청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호주에서도 세월호 침몰과 같은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나.

 “(세월호 침몰 같은) 인적 재난은 아니지만 불행하게도 호주에선 자연 재해가 자주 그리고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산불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블랙새터데이(Black Saturday)’ 사고는 호주 국민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다.”

 2009년 2월 7일 호주 빅토리아주(州)에서 큰 산불이 일어났다. 10년간 이어진 가뭄과 일주일 넘게 지속된 이상고온 현상이 원인이었다. 토요일이었던 이날 하루 173명이 목숨을 잃었고 2500여 가구의 집이 불탔다. 총 2200만 인구의 호주에 유례없는 산불 참사였다. 호주에선 이날을 블랙새터데이라 부른다.

 -당시 정부에 대한 여론은 어땠나.

 “호주 정부는 아주 거센 비난을 받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당연한 반응이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이를 잃었고 집도 잃었다. ”

 -무엇이 가장 문제였나.

 “응급사태에 대한 경고 전달체계가 초점이었다. 산불이 발생했을 때 어디로 어떻게 언제 대피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주정부가 산불에 대한 수백 가지 정보를 쏟아냈지만 정작 주민 개개인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신속히 행동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정보 전달이 중요한 문제였다. 이후 재해가 발생했을 때 주민에게 알리는 체계를 정비했다.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 투자도 진행했다.”

 -사후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블랙새터데이 사고 이후 위원회가 구성됐고 대규모로 조사가 진행됐다. 위원회가 내놓은 조사 결과의 영향력은 컸다. 위원회의 권고 사항은 빅토리아주뿐 아니라 다른 주에도 적용됐다. 정치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고 예산 투자도 확대됐다. 결과적으로는 자연재해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정부와 국민의 재난 대응 능력을 증진시키는 과정은 마무리란 게 없다. 여전히 우리는 개선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캔버라(호주)=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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