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밥상 | 멍게비빔밥] 향이 부담되세요? 그럼 멍게비빔밥부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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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남 통영 바다에는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바로 멍게다. 물살을 따라 살랑살랑 거리는 모양이 영락없는 꽃이다. 딱딱한 껍데기를 갈라 알맹이를 꺼내들면 싱그러운 바다 향이 온 사방에 퍼지니 그 유혹이 꽃보다 더하다.

멍게비빔밥은 원래 통영·거제 지역에서 주로 먹던 향토음식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국민이 좋아하는 봄철 별미로 자리 잡았다. 웬만한 특급호텔 한식당과 뷔페 레스토랑은 봄마다 멍게비빔밥을 내놓는다. 통영에서 직접 멍게를 들여온다는 서울 시내 식당 앞에는 점심시간마다 긴 줄이 선다.

멍게는 크게 돌 멍게, 붉은 멍게, 꽃 멍게로 나눈다. 이 중 통영에서 양식하는 것은 꽃 멍게다. 통영 앞바다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이 이때문이다. 2월 말부터 수확하는데 5월에 잡은 것을 최고로 친다. 4월부터 살을 찌워 5월이 돼야 속이 꽉 차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전까지 멍게는 무척 귀한 식재료였다. 해녀가 물질해서 채취한 자연산 멍게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통영을 포함한 남해안 지역에서 멍게양식이 시작된 것은 1974년. 현재 전국에 유통되는 멍게 중 70%가 통영과 거제 앞바다에서 난다.

멍게는 향이 강하다. 아예 입에도 못 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환장하고 달려드는 사람도 있다. 처음 먹는 사람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멍게비빔밥이다. 멍게비빔밥에 들어가는 멍게는 일주일 정도 천일염에 숙성시킨 것을 쓴다. 숙성 멍게를 잘게 자른 뒤에 야채와 참기름을 넣고 비빈다.

멍게비빔밥은 야무지게 비벼내는 것이 중요하다. 밥 한 톨 한 톨이 전부 노란 빛깔로 변하면 그제야 한 술 듬뿍 떠 입에 넣는다. 멍게비빔밥에는 초장이나 간정처럼 자극적은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참기름과 깨만 넣고 먹었는데 요새는 채소를 곁들인다. 멍게가 내뿜는 특유의 싱그러운 향과 참기름의 고소한 맛이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다.

글=홍지연 기자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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