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범죄와 밝은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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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무서운 아이들」인 비행 청소년들을 어떻게 하면 갱생시켜 건전한 사회인으로 자라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비행 청소년 선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범죄 사회학자들은「사회 규범으로부터의 일탈 행동」인 비행과 범죄는 인생의 각기 다른 시기에 따라 성격과 빈도를 달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시기는 생리적·심리적·사회적으로 불안정한 때와 대체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즉 14, 15세는 요도기, 16세에서 19세까지는 포항·강도·강간기, 20세부터 24세까진 살인·상해·협박기, 25세 이상은 지능적인 범죄시기 이자 누범증가기 라고 한다.
그런데 청소년 범죄에서 으뜸가는 요도·폭행·강도·강간 등의 동기는 용돈부족·유흥비와 생활비 충당·불만·호기심 등이라는 것은 공통된 견해다.
요즘 봄철에 접어들면서 강도·절도 등의 청소년 범죄가 부쩍 늘어나고 있으며 그 이기가 주로 유흥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은 범죄 사회학자들의 바로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하겠다.
치안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1월 한달 동안에 자그마치 3천7백18건의 청소년 범법행위가 일어났고, 2월에는 더욱 늘어 4천건을 넘었으며 3월 들어선 13일 하룻동안 서울 시내에서만도 65명의 청소년이 범법 행위로 경내에 입건됐다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우기 이들의 대부분이 유흥비를 벌기 위해 도둑질을 했다 하니 깊은 우려를 금할 길 없다.
그리고 13일 부산의 한 소년원에 수용된 강도 강간치상 등의 범죄를 저지른 가위탁생 63명이 집단 탈주했다는 보도 또한 충격적이라 하겠다.
이처럼 놀라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끔찍한 범죄행위 앞에서 우리 사회는 시급히 근본 정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기야 청소년 범죄는 세계 공통의 골칫거리일뿐더러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사회질서의 기저에까지 도전하고 있는 미국·일본 등의 10대 청소년 비행이나 범죄에 비할 정도가 아니긴 하나 실기하기 전에 보다 강력한 선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인사회로선 비행소년이라도 그들에게 깊은 이해와 따뜻한 애정을 베푸는 일이다. 급격한 신체적 발육·생리적 변화에 따라 호기심과 모험심에 가득 차는 한편 욕구불만과 까닭없는 반항심에 젖어 있는 것이 그들의 특징이다.
인생 경험이 부족하고 인격적으로 성숙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곧잘 하고 문제를 일으키고 한다.
이럴 경우, 한 때의 실수, 한 두 번의 탈선을 책한 나머지 9만리 같은 전정에 치명상을 주는 낙인을 찍거나 자포자기에 빠질 벌을 주는 일은 삼가야 한다.
호기심과 반항심으로 곧잘 남의 물건을 도둑질한 청소년 범죄자였던 성「어거스틴」을 만일 소년원에나 잡아넣었더라면 과연 그가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인가.
무엇보다도 사회 전체가 깊은 뇌임을 통감하고 친어버이나 친형제같은 애정을 갖고 청소년들의 처지와 고민을 이해하고 포근히 감싸줘야 한다.
필요한 것은 진실과 벌이 아니라 타이름이요, 사랑의 손길이다.
다음은 유해한 환경을 바로 잡고 성인들이 본을 보여야 하는 일이다.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탈선을 유인하는 나쁜 환경과 퇴폐 풍조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숙한 젊은이들이 지방적 중등을 억제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어른들은 부도덕한 생활로 부정한 짓을 예사로 하면서 청소년들에겐 바르고 깨끗하게 성장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청소년 범죄의 효과적인 예방책은 단속·채찍과 함께 법 없이도 살수 있는 밝은 사회 환경을 이룩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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