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할말이 서로 많다|박「카터」회담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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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동진 외무장관이 8일부터 갖게 될「카터」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최고위 관리들과의 일련의 회담은 근래에 없던 가장 중요한 회담의 하나로 꼽힐만 하다.
박 장관이「워싱턴」에 도착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미국무성과 국방성은 백악관의 국가안전회의(NSC)가 주한미군감축 및 전술 핵무기철수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거의 완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국무성은 다시 한국전이래 실시되고 있는 미국시민들의 북괴·「쿠바」·공산「베트남」방문 제한 고치가 이달 중으로 풀린다는 암시를 던졌다.
그러니까 박 장관은 한국의 안보에 직결된 미국의 대한정책이 크게 전환되는 시기에「워싱턴」을 방문하여 그런 결정의 최고 책임자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특히「카터」대통령이 국무성의 요청과 주선으로 박 장관을 만나기로 했다는 것은「카터」행정부 이후 처음으로「워싱턴」을 방문한『한국의 고위 관리에게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박 장관은「브라운」국방장관·「홀브루크」국무차관보·「밴스」국무장관·「카터」대통령 및「브레진스키」안보담당 보좌관 등을 차례로 만나서 한국의 안보문제에 관해「의견교환」을 한다고만 했다.
국무성도 주한 미군의 철수가 의제인데는 틀림없으나 미국측의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니까 협의라기보다는 일반적인 토의라고 하는 편이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밴스」국무장관과의 오찬을 겸한 회담, 그 보다 앞선「홀브루크」동「아시아」담당차관보와의 회담, 그리고「카터」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이 되는「브레진스키」안보담당특별보좌관과의 회담에서는 미군철수와 한국의 인권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과 앞으로의 정책이 상세하게 박 장관에게 게시될 것이 확실하다.
「밴스」가 최근 의회에서 실토했듯이 미국은 미국의 가치관을 대외정책에 반영시키는 것을 원칙으로는 삼고 있지만 그것을 안보공약의 준수와 어느 선에서 절충해야 할지는 상당히 큰 문제로 되어있다.「카터」는 이런 자중을 박 장관에게 전달할지도 모른다. 【워싱턴=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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