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문제점|『실험대학』중간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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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계열별 모집으로 학생의 희망 학과 배경, 졸업학점 인하로 특정 과목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 능력별 졸업에 따른 우수학생의 조기 졸업, 부전공으로 학문에 대한 시야 확대와 취업기회 증대.
실험 대학이 성공적으로 실시될 경우 기대되는 성과를 문교부는 이렇게 분석했었다.
그러나 설시 첫해(73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전임 교수의 절대 수 부족, 실험실습 기재 도서의 미 확보 ▲교수의 실험대에 대한 인식 미흡 ▲학생들의 인기학과 편중 지원 ▲인격 수양보다 졸업에만 급급하는 학생 풍토 때문에 실시 4년이 지나도록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항목별로 문젯점을 알아보면-.

<이과 배정의 불균형>
학생의 희망대로 학과 배정을 한다는 것이 본래의 취지였다. 현재 계열별 모집을 하는 대학중 경상·가정대학 계통은 거의 90%이상이 학생의 희망대로 학과가 배정됐다. 그러나 당초의 우려대로 인문계·이공계 대학은 인기학과 편중으로 학과 배정에 심한 불균형 현상이 나타났다.
77년 서울대의 경우 영문과에는 정원(20명)의 4배가 넘는 92명이 지망했지만 고고학·종교학 등 의학과는 한 명도 1차 지원자가 없는 상태. 사회대도 경제·법학 등 인기 학과는 2대1정도의 경쟁을 나타냈지만 농경제학과·사회사업 학과· 인류학과 등은 1차 지망 학생이 없었다. 77개 계열별 모집학과 중 18개만 정원이 넘었다.
따라서 지원자 수가 적은 학과에서는 교수가 지위에 불안을 느끼게 되고 1학년을 상대로 수업 중에 학과 선전을 하는 등 체면이 안 선다고 호소하는 교수가 많다.
이같은 상태는 계열별로 모집하는 대부분 대학의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한편 지원자가 많은 학과는 본래 실험실습·도서 등의 자료가 부족한데다 학생이 많아져 교수 부족 현상도 가중되고 있다.

<이전보다 못한 경우도>
졸업에 필요한 학점과 과목을 줄이는 것은 교수나 학생이 줄어든 과목을 충실히 강의하고 공부한다는 것이 본래의 의도였다. 그러나 인기 학과의 경우 그 수나 학교 시설은 실험대학 이전의 정원대로 고정된 채 학생 수만 대폭적으로 늘어나 충실한 교육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대 영문과는 본래 정원이 90명이었으나 실험대학 실시 이후 2백54명(4학년)의 학생이 영문학을 전공으로 지원했다. 따라서 교수의 학생 개인 지도는 오히려 실험 이전보다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학생의 개인 지도를 위해서는 유능한 조교가 대량 확보돼야 하나 조교가 2명 이상 있는 인기 학과가 드물다.
이같은 사정은 실험실습기재, 전임교원, 도서 등이 확충 안된 상대에서 학생의 희망대로 전공을 결정하도록 한 대부분의 인기 학과에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학점 인하로 충실한 강의와 연구를 기대했던 본래의 의도와는 크게 차이를 빚고 있다.

<유명무실한 부전공>
일반 기업체나 전공과목 교수의 인식 미비로 학생들은 70%이상이(74년도 각 대학 학생들의 반응·75년도 실험대학 연구 보고서)부전공을 희망하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부전공을 학생의 의사대로 선택하도록 한 대학에서는 강의시간 조정에 성의가 없어 전공과 부전공 과목이 겹치는 경우마저 있어 학생이 부전공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일반 기업체에서도 부전공을 인정하지 않아 이 제도의 목적인 취업 기회의 증대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무시된 강의>
전남대 등 11개 대학에서는 영어·제2외국어·수학 등에 대해 강의를 듣지 않고 시험만으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교육학자들은 강의를 지식 전달의 도구로만 생각한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차경수 교수(서강대)는 학생들은 강의를 통해 교수·동료끼리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여기에서 인간성이 올바로 성숙된다고 말했다.

<부담스러운 등록금>
한편 계절 학기는 별도로 등록금을 내야 한다는 경제적인 부담과 학교에서도 시설 등의 미비로 극소수의 학교(6개 대)에서만 실시되고 있다. <임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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