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긍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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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연초에 「로마」교황청에서는 여성사제를 거부하여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
이때의 거부이유는 『여성은 주 예수「그리스도」와 『출생그대로의 유사점』이 없으며, 예수도 성모「마리아」를 사제로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관하여 「바오로」교황은 지난1월30일 교황청 「발코니」에서 설교하기를 『이 결정은 합창의 「테너」와 「소프라노」의 구별과 마찬가지로 차별이 아니다.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입각한 질서가 합창을 성립시키는 것과 같다』고 했었다.
결국 여성과 남성에는 각각 할 일이 따로 있다는 얘기와 같다.
그러나 남성이 여성 일을 다할 수는 없겠지만 여성은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여성동동자들의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해사며 육사에 수백명의 여성사관생도들이 있다. 지난 2월초에는 미 해병대의 맹훈련에까지 여성사관들이 한몫을 끼었었다.
이런 것과 비기면 우리나라에서는 남녀평등은 아직도 먼길에 있다.
최근에 서울대 여학생 4백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자로 태어나기 잘했다는 것은 13%밖에 안 된다는 결과가 나온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13%나 된다는 게 놀랍기도 하다. 반대로 남자로 태어나기를 잘했다는 남학생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혹은 13%도 안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남편과 자녀에게 헌신한다』는게 14%이며, 『남편·자녀·자신을 동등하게 생각한다』는게 78%였다고 한다.
어딘가 설문이 잘못된 것 같기만 하다. 「헌신」한다고 바로 가정의 민주화에 역행되는 것은 아니다.
헌신한다는게 14%밖에 안 된다는 사살은 헌신이 이미 지상의 미덕이라는 자리에서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보다 더 위험한 것은 헌신이란 자기를 희생시키는 가운데서만 가능하다고 보는 사고다. 「우먼·리브」운동은 여성이 남성에게 늘 「밑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들·딸을 차별하지 않겠다』는 여학생이9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렇지 안은 여학생이 10%나 남아있다. 또한 지금 「않겠다」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것은 두고봐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족법만 개정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여성자신의 의식부터가 이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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