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의 대미 접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에 「카터「행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북괴는 또 한차례의 어리석은 오판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6·25남침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북괴 대남 적화 공작의 전과정이 섣부른 오판과 속단으로 일관한 것이기는 했다.
6·25 무력남침 자체가 이미 커다란 정세오판의 소치였었지만, 그후에 있었던 여러 차례의 위장평화공세·간첩남파·공비침투 따위는 그 모두가 교조주의적인「낙관」과「착각」에 연유하는 짓들이었다.
이것은 결국 북괴 권력체질의 고질적인 경직성과 폐쇄성에 기인하는 어쩔 수 없는 한계요, 수준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을 제쳐놓고 미국과 어떻게 직접 통해볼 수 없을까 책동하는데 이르러서는 진정고소를 금할 길이 없다.
월남의 경우,「하노이」는「티우」정권을 제쳐놓고 미국과 직접 비밀협상을 벌이는 데까지 간 적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을 행여 월남의 경우와 혼동하는 일이 있다면 이는 치명적인 오산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월남의 경우,「티우」정권과 미국의 입장이 어쨌길래 그랬는지 석연치는 않지만, 한반도의 경우엔 모든 역관계로 보아 한미 두 나라가 도대체 무엇이 아쉽고 안타까와 그따위 속임수에 응해줄 뻔이나 하겠는가.
듣건대 김일성은「파키스탄」의「부토」수상을 통해「카터」행정부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관계개선」에의 관심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미국무성의「하비브」차관 역시 그와 같은 사실을 의식했음인지 일본의 국회의원에 대해 한국을 제쳐놓은 미·북괴대화를 단호히 거부했다는 소식이다.
아마도 북괴는「카터」행정부의 주한미군 감축논의와 그 동안의 몇 가지 정세를 과대 망상적으로 오판한 나머지 또 한차례의 빗나간 위장평화공세를 개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북괴의 국제적 위장평화 공세가 노리는 일관된 목표는 한국의 고립화다.
소련·동구권은「프롤레타리아「국제주의란 원칙을 내세워 붙들어 두고, 중공 영향권과 비동맹 좌파는「제3세계 혁명」이란 구호를 앞세워 묶어 놓는다. 서구공산당과 사회당엔 막연히「사회주의」니,「진보」니 하는 판에 박힌 소리로 호소하고, 서방측 자유세력엔 무역과「우호증진」을 내세워 접근한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가서는 미국과도 한줄기 길을 터서 어떻게든 한국을 고립화해 보겠다는 속셈이다.
한국을 제쳐놓은 대미「평화협정제의」니,「대화제의」니 하는 것이나,「남북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니 하는 억지와 생떼들이다. 그와 관련된 한미 이간책의 일환인 것이다.
북괴의 원칙적인 전략전술이 그렇듯 명백할진대, 그들이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지껄여도, 어떤 간계를 번갈아 가며 농한다 한들, 거기에 속아넘어갈 한국이나 미국은 아니다. 그러니 북괴는 더 이상 빤히 속 들여다뵈는 기술이나 억지를 계속할 것이 아니라 떳떳하고 공명정대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은 한반도 문제의 유일한 직접당사자인 남과 북의 성실한 대좌를 통해서만 추구될 수 있다. 설사 그것이 북괴의 마음에 썩 내키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길 밖에는 달리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
한국은 강력하고 한국민은 반공에 투철하며 한미유대는 불변인 까닭이다.
이 명확한 사실을 간과하거나 외면한 어떤 간교라도 그것은 전면적인 좌절에 직면할 것임을 북괴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