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남북 외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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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엔」외교의 「표밭」으로 등장해있는 「아프리카」에서의 남북접전은 치열하다.
76년 말 현재 1백45개 「유엔」회원국 가운데 50여 개국이 「아프리카」국가들. 올해 들어서도 9월의 「유엔」총회를 겨냥하고 『남북 외교전은 균열하는 「아프리카」의 태양이 무색할 정도』-.

<43대26…북괴가 수에선 우세>
정일권 국회의장이 1월 중순부터 2월초까지 「아프리카」4개국을 순방한데 이어 김종필 전 총리가 대통령특사로 「모로코」등 4개국을 돌고있는 것과 상응해 북괴도 각료급 이상을 단장으로 한 5개 사절단을 파견했고 다시 수 개「팀」의 사절단을 내보낼 전망이다.
정 의장이 「튀니지」·「케냐」·「카메룬」·「가봉」등 4개국을 순방하는 동안 북괴는 지난 1월8일부터 ▲수상 박성철(소련·「이라크」) ▲부수상 외상 허담(담)(「토고」·「베닌」·「세네갈」·「나이지리아」·중앙「아프리카」·「카메룬」) ▲부수상 정준모(「수단」·「이집트」·「시에라리온」·「이라크」·남「예멘」) ▲문화예술부장 이창선(「우간다」·「탄자니아」·「튀니지」·「알제리」) ▲인민무력부장(국방상) 오진우(파키스탄)등을 파견했거나 현재에도 방문을 계속하고 있는 상태.
51개 「아프리카」국가 중 우리와의 단독수교국은 「모로코」·「코트디봐르」·「레소토」·「솨질랜드」등 4개국.
반면 북괴단독 수교국은 「알제리」·「이집트」·「리비아」등 무려 21개국이며 「가봉」·「카메룬」·「케냐」등 남북한 동시 수교국 22개국을 합해도 남북의 비율은 26대43으로 북괴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이 같은 북괴우위는 중공을 등에 업은 외교행각에 힘입고 있는 것이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탄자니아」에서 「잠비아」에 이르는「탄잠」철도건설(76년 완공)을 계기로 이 지역에서 발판을 굳히기 시작한 중공은 화국봉 체제의 등장이후도 외교공략을 늦추지 않고 있는 상태.
중공의 선심공작은 ▲5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차드」공화국에의 공설운동장 무료건설 ▲「차드」·「가봉」등 농업후진국에 대한 50내지 80명 규모의 농경대 파견과 각종 기술제공 등 다양한 편.
중공이「아프리카」지도자들을 배경으로 초청하면서 반드시 평양도 한번 가보도록 권유해 대부분의 이 지역 지도자들이 북경 방문 끝에 평양을 들르게 되는 일이 많다는 것.
「세네갈」의 「상고르」대통령 등 몇몇 인사들이 이같은 이유로 평양행을 「강청」당했고, 「가봉」의 「봉고」대통령만이 평양대신 서울을 택한 유일한 「케이스」.

<중공을 등에 업고 선심공세>
북괴의 대하외교전략의 기본은 선심공세와 한국에 대한 이문외교.
74년 「자이르」공화국에는 군사교관 1백50명을 파견하여 대통령 친위대를 훈련시켰고 1천6백만 「달러」상당의 중소화기를 지원. 75년에는 「토고」공화국에 2천만「달러」를 향후 20년간 제공키로 해서 우리대사관이 철수하는 불운을 맞게 했고 「앙골라」·「모잠비크」의 「게릴라」들에 대해서도 공공연한 군사원소를 제공해왔다.
최근에는 북괴의 주 「모잠비크」대사인 송기태가 우리와 단독수교국인 「솨질랜드」·「레소토」에 입국하여 섬유공장·학교·도로·수리사업 등을 해주겠다고 제의하면서 그 대신 수교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북괴의 속셈을 다 알고 있는 이들 국가에서 「선 원조·후 수교」를 고려하겠다고 하니까 그대로 불러갔다는 것.
선심외교 외에 북괴는 우리 나라와 「아프리카」국가 사이를 이간시키려는 갖가지 기도를 획책하고 있는 실정.
얼마 전 「우간다」의 「이디·아민」을 비난하는 기사가 우리 나라 어느 신문에 보도되자 북괴는 이를 재빨리 번역하여 「아민」에게 알려 우리 나라의 현지대사관이 큰 곤욕을 치른 것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

<소에 회송된 파티용 「보드카」>
우세한 북괴세가 작년가을 북구에서의 밀수외교가 폭로된 이후 퇴조하기 시작한 것은 새로운 현상.
최근 「이집트」를 방문한 북괴부수상 정준기가 「사다트」대통령을 끝내 만나지 못하고 수상만을 만난 사실이라든가, 「수단」에서도 정이 「누메이리」대통령을 면담키 위해 1주일이상을 기다려야했던 일동이 북괴에 대한 냉대의 본보기.
외상 허담도 「카메룬」을 경유 「비자」로 들어와 l주일간 체류했으나 「카메룬」정부는 일체 허를 만나주지 않을 정도.
남북한 동시 수교국인 「튀니지」는 76년 9월 「알제리」주재의 김희준을 겸임 대사로 임명했지만 「튀니지」정부의 기피로 이제까지 신임장 제정조차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동부진출의 관문인 「케냐」의 경우는 75년 국교수립에 합의하여 양측이 성명까지 발표했으나 북괴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이후에는 「케냐」정부가 계속 정식절차를 기피하여 북괴는 대사임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
75년 12월 북괴는 멋대로 공관개설요원을 파견하고 개설「파티」에 쓰려고 소제「보드카」20상자까지 미리 실어왔으나 「케냐」정부의 거부로 입국조차 못하고 이미 도착한 「보드카」는「모스크바」로 회송 조치된 일조차 있다.
「카메룬」에서도 최근 북괴대사가 외교단장을 막으려고 공작을 하다가 실패하자 일방적으로 평양으로 돌아가 귀임을 않고 있으며 「가봉」에서는 현직국회의원이 의사당에 놓여있는 북괴대사의 명패를 발길로 차버릴 정도이고 북괴대사는 정부요인을 면회하려고 아무리 신청하고 기다려도 차가운 반응뿐이라는 것.

<"남한사람들은 베스트·피플">
한국이 이제까지 「아프리카」에서 벌여온 활동은 의료단·태권도교관·농업기술자 파견이 거의 전부.
그밖에 재해 의연금이나 의약품 원조 등을 다소 했지만 북괴의 선심공세의 물량작전에 비하면 비교가 안될 정도라는 것이 현지 외교관들의 현황 설명이다.
그러나 밀수 외교이후 북괴의 경제파탄이 폭로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이 이 지역에 널리 소개되어 한국에 대해 거는 기대와 희망은 예상외로 크다.
「아프리카」대륙에도 이젠 해묵은 「이데올로기」나 정치선전의 시대는 지나갔으며 경제문제가 당면과제로 크게 부각 되어가고 있다.
예산회계제도를 시찰하러 「이집트」에 들른 박해충·한병채 의원도 『「호텔」주변에서나 음식점·길거리에서 만나본 사람들이 우리가 「사우드·코리아」에서 왔다니 더욱 반색했고 어떤 사람은 우리를 「베스트·피플」(best people)이라고까지 하더라』고 체험담.
박 의원은 『특히 「카이로」에는 폭동이후 북괴를 싫어하는 「붐」이 조성돼 있다』는 관찰.
그러나 북괴 세의 퇴조가 곧 우리입장의 강화나 우세로 생각하는 안일한 사고방식으로는 이 지역에 대한 확고한 기반구축이 어려울 것 같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경제이력이기 때문에 합작투자·「플랜트」수출 등을 통한 「실질관계」의 개선이 당면한 외교 정책의 과제가 돼야할 것 같다. <카이로=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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