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버스」승차 대당 백10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약1년 전의 어느 날 서울 시장실에 한 외국인이 헐레벌떡 달려와 지금 어느 곳에「데모」가 한창 벌어지고 있노라고 했다.
약간 의아해 하면서도 몹시 놀란 비서들이 「고변자」를 따라 「데모」현장이라는 을지로의 구 내무부 앞에 달려갔었다. 그러나 그것은「대중군중」이 아니라 신호가 바뀌기 무섭게 앞다투어 건너려는 횡단보도의 인파와 그 중간에 끼어 정적을 울리는 차들. 그리고 줄줄이 늘어선「버스」를 타기 위해 결사적(?)으로 밀치며 뜀박질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외국인의 눈엔 이처럼 비상사태로까지 비치고 있는 것이 서울의 교통난이다.
서울시로부터 수도교통난해소 대책수립을 용역 받은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교통경제연구 「팀」이 행한 중간보고는 여러모로 관심을 끌만하다. 주요 건의방안은 ①강남북 교통망의 권역화 ②도심에서의 「버스전용차선설정 ③과감한 가각 정리 및 네 거리 수준도로 설치 ④간선도로중간에 회차지점설정 등인데 여기에도 실효성 및 실현가능성의 면에서 의심되는 문젯점들이 없지 않다.
첫째로 「버스」교통망의 강남북 분리 문제는 효용성이 적을뿐더러 실현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는 도시교통의 속성의 하나인 신속성·접근 및 이용의 편리성을 고려하지 않은 흠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에는 현재 1백55개 노선에 5천대의「버스」가 운영되고 있는데 강남북을 포함한 시내 각 지역은 물론 의정부시·안양시·성남시 등 다른 지역까지도 운행되고 있다.
그런데 시민들의 「버스」선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대부분의 노선이 도심과 연결돼 있어서 1회 승차 내지 1회 환승으로 거의 목적지까지 갈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강남북을 분리하게 되면 시민들은 최소한 「버스」를 한번 더 바꿔 타게 되는데 따르는 불편과 부담증가의 어려움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지하철종로선의 1일 평균 수송실적이 고작 교통인구의 5%미만인 이유도 일반 「버스」노선부족·연계시설미비·갈아타는데 따르는 성가스러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뿐만 아니라. 이럴 경우 강남북을 연결하는 일부노선의 혼잡과 만원「버스」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시내 「버스」는 정원이 51명이지만 현재평균 승차인원은 1백10명이나 되는데, 몇 분 간격으로 배차해서 일부 노선만으로 강남북간의 막대한 교통인구를 어떻게 원만히 수송할 수 있다는 것일까. 이런 뜻에서 「버스」의 도심통과를 피하기 위한「U턴 방식도 문제가 있으며, 특히 행정관서·금융·문화·교육시설·각종사무실·종합시장 등이 도심지에 몰려있는 한 그 실효성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도심의 「버스」전용차선 설치문제인데, 이는 「버스」의 도심통과에서 발생하는 체증현상을 줄이는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나 여기에도 문제가 따른다. 중앙차선을 확보한 경우, 가로중간분리선상에 「버스」승강대를 설치하는데 따른 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테고, 또 인도 쪽 본선을 차지하면 「택시」나 자가용의 정발차에 따르는 혼잡과 사고발생 가능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밖에 과감한 가각 정리 및 네거리 수준 도로설치는 이미 을지로4가·종로1가·보신각 앞등의 유도도로가 또 중간회차지점증설은 무교로 중부소방서 앞의, 회차지점이 차량소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확대설치가 고려됨직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하철체계가 완성되기 까진 도심가 도로망의 확장·정비다. 서울의 도로 점유율은 12%로「워싱턴」43%, 「뉴욕」35%, 「런던」의 23%에 비해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통체증의 원인인 「보틀·네크」확장. 비효율적인 「로터리」식 교차로의 개량, 교통신호체계의 「컴퓨터」에 의한 자동제어 「시스템」도입, 「버스」노선 및 정류장의 합리적 조정 .대물차량 등의「러쉬·아워」때의 도심통과금지, 승차회수권제의 전면실시 등도 이뤄져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