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전문가들이 말하는 건설의 방향과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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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든 도시는 의지적으로 사람이 창조하는 것이다. 그럼 왜 도시로 사람이 모여들게 되나 생각해 볼 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사람들은 좀더 잘 살기 위해 도시로 모여든다』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인간은 가족중심의 전원생활에서 시작하여 서로간의 필요성에 의해 공동사회를 이루고 마을을 형성하며 도시로 발전하여 가게된 것이다.
고대도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도시는 신을 섬기는 정치·행정도시에서 시작하여 도시의 기능이 복잡다기한 인간활동과 물적시설의 확충으로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도시의 기능도 경제·사회로 분화되어 가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가 커감에 따라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의사가 환자의 병 원인을 찾아야만 흘륭한 처방을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이 새로운 행정수도의 건설은 하나의 처방임에 틀림없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추구라는 단일목표에 있으나 도시의 본질은 물리적인 요소의 구성만이 아닌 생명을 가진 유기체로서 생성·발전·변화해 가는 복합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의 기본시설로는 능률성·안정성·쾌적성과 건강성이 있어야겠고 도시 자체가 사람의 문제이므로 사회적 측면에서 인구문제, 그리고 산업활동 측면에선 경제요소 및 공공기업의 요소들을 다루어야한다.
인구문제로는 도시에 살고있는 근로자 및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이 있어야 하고 이들을 관리하여야 하며 경제적인 요소로 소득·생산·분배활동을 위한 상업지역과 공업지역이 있어야 하고 이를 시설할 수 있는 대원으로서 토지와 자본이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주민·주택·직장·상가·오락시설 등이 균형을 이루도록 계획하여 활력소가 있는 유기체로 도시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여러 가지 도시문제의 발생요인을 처음부터 제거해야 할 것이다.
행정수도의 기능으로서는 행정 및 정치 등 중앙정부의 정책적인 계획업무만을 다루어야 될 것이고 국민이 행정기관에 대해 독점한 행위처분을 요구한다든가 일정한 내용을 보고·신고·등록하게 되는 일체 민원사무와 지방성을 띤 특수업무는 지방관서에 이양하여 국민에게 주는 불편을 최소한으로 줄여야한다.
새 도시가 생겨도 현 서울의 경공업 제조업 금융 교육시설을 당장 같이 옮겨간다고 생각할 수 없으며 서울은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도시로, 그리고 영구한 생명을 가진 도시로 그 자체가 계속 발전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
서울은 5백82년간 쌓아올린 도시의 매력을 잃을 것인가. 일반적으로 도시의 발전과정에서 보면 인구나 산업의 집적이 있는 지역에 자본과 기술의 축적이 이루어지게 되어 그 지역에 노동력이나 「서비스」시설의 집적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경제의 집적이 다시 원동력이 되어 새로운 산업과 인구를 부르게 되고 필요한 정보 및 문화 등의 집적을 이루게 되고 그래서 대도시와 같은 높은 생산성과 많은 소득 및 많은 취업기회를 실현시키게 되는 것이다.
서울은 이와 같은 강한 집적이익의 중력으로 계속 그 매력을 유지할 것이고 또 도시를 성장단계로 본다면 성장-집중-평준화하여 갈 것으로 생각된다.
예시하면, 영국의「맨체스터」나 미국의 「뉴요크」수도권의 생성발전 과정을 보면 도시 안에서 제일먼저 목면공장·함석집·놋쇠·주물공장·철도건설·양조·화학·의류·약품, 각종 도매 등의 순으로 구조적 변화를 가지고 가면서 발전하게 되었다. 이는 수송수단의 발달에 의해 수송조건의 감도가 낮은 의류산업·약품 등의 생산품을 비롯한 사무실만 남고 대부분이 교외로 옮겨지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성장산업을 가지고 조금도 불만을 느끼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는 하나의 생명을 지닌 조직체로 생각하여 그 활력 요소를 불어넣어 주어야 약동하게 되고 계속 발전하게 된다.
도시성장의 본질은 「변화」에 있으며 도시화의 기본적인 도전은 그 변화 자체에 대처해 나가는 능력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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