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독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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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기는 독도. 여기는 대한민국의 독도. HM9A. 수신했으면 응답 바람, 「오버」. 』
지난 4일간 독도에 자리잡은 HM9A(「아마추어」이동무선국)는 온 세계에 전파를 보냈다.
이 이동무선국의「아마」무선사들은 모두 8명. 담배를 피워 물 사이도 없이 곧 수신 신호가 점멸했다,
그도 그럴 것이 「햄」(HAM) (「아마추어」무선사)
온 세계 1백20개국에 2백만명이나 퍼져 있는 것이다.
「햄」은 「아마추어」무선기사 면허증만 얻으면 누구나 될 수 있다. 또 얻기도 쉽다. 따라서 미국에는 7, 8세짜리 어린이 「햄」도 많다. 세계적 명사도 많다. 「골드워터」상원의원, 「페루」대통령, 「요르단」의 「후세인」왕도 열렬한 「햄」이다.
지난 64년 「알래스카」에 대지진이 일어나 모든 통신시설이 파괴된 일이 있었다. 이를 안 「햄」들이 처음으로 세계에 송신하여 구조대가 파견되었다.
지난 72년에 우리나라의 「마나슬루」등반대가 조난했을 때도 현지와 서울과의 교신을 마련해 준 것도 「네팔」의 한 「햄」에 의해서였다.
「체코」사태를 가장 정확·신속하게 세계에 알려준 것도 「햄」이었다. 73년2월 남미 「니카라과」의 대지진 때에도 「햄」들의 활약은 매우 컸다.
가장 극적인 일은 지난 72년5월 「윌슨」씨 병에 걸린 한 소년을 위해 「페니실린」1백정을 「햄」이 주선하여 공수하는데 성공한 일이었다.
우리나라에 「햄」조직이 생긴 것은 55년. 그후 정회원만도 2백명 가까이나 되며 정식허가를 받은 무선국만도 1백국이 된다. 「포러」전 미국대사도 「햄」의 한사람이었다.
이들은 제2의 비상망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74년 3월이었다. 서울에서 급성골수성 백혈병 환자가 생겼다.
이 불치의 병에 대한 치료법은 없는가하고 서울의 한 「햄」이 세계를 향해 송신했다. 이를 수신한 일본의 한 「햄」이 일본의 의료진에게 문의하고 그 결과를 서울의 의사에게 알려주었다.
지난 74년에는 또 10년째 소식이 끊긴 남매를 찾는데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두 나라의「햄」들이 무선의 가교를 한 적도 있다.
독도에 HM9A가 설치된 것은 지난 62년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8월에도 17명의 「햄」들이 3일간 원정교신을 한 적이 있다.
독도에서 보내는 한국 「햄」들의 송신은 오늘로 끝났다. 그러나 그들이 세계에 띄웠던 전파는 언제까지나 메아리쳐 들릴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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