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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 다시 잡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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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9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새로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안산 분향소는 희생자들의 합동영결식이 열릴 때까지 24시간 운영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 사이 4호선 고잔역에서 셔틀버스가 10~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안산=최승식 기자]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 대응의 부실과 무능을 바로잡기 위해 ‘관피아(관료 마피아)’부터 깨자고 제안한 본지 28일자 1면(위 사진). 앞서 본지는 23일자 4면에서 국가개조 차원의 시스템 개편
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가개조의 방향을 제시했다. 크게 두 갈래다. 안전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관피아’(관료 마피아) 등으로 인한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 너무도 한스럽다”며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이번에는 결코 보여주기식 대책이나 땜질식 대책 발표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잘못된 문제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잡겠다”고도 했다.

 안전시스템을 위해 박 대통령은 ‘국가안전처’를 국무총리 산하에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가 차원의 대형 사고에 대해서는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리실이 직접 관장하면서 부처 간 업무를 총괄·지휘·조정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며 “군인이 전시에 대비해서 반복 훈련을 하듯이 특공대처럼 대응팀을 만들고 사고가 나면 전문팀을 파견해 현장에서 사고에 대응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환보직을 제한해 전문성을 쌓고, 외국에서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면 정부조직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 등에 분산돼 있는 재난관리 업무의 조정도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관피아로 비판받는 공직사회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고질적 집단주의가 불러온 비리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며 “지금 국민이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의식에 분노하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일부 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으로 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국민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생각하는 바른 마음가짐으로 올바르게 처신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실종자 가족과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사직한 안전행정부 국장이나 실종자 가족이 모인 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치킨을 먹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국가개조와 관련한 정부의 구체적 마스터플랜은 이르면 5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입장 발표 때 나올 전망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과 궤를 같이해 새누리당도 국가개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가 대개조에 준하는 인적 쇄신과 국가 전반의 시스템 개혁이 절실하다”며 “정부와 공무원은 복지부동·무사안일에 빠져 허우적댄 건 아닌지, 기업은 일말의 사명감·책임감 없이 눈앞의 작은 이익만 추구한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인간 안보(Human Security)’를 중심 개념으로 하는 국가개조를 제안했다. <중앙일보 4월 29일자 18면>

 민병두 의원은 “국회 상설기구로 ‘국가시스템 개혁위원회’를 만들자”며 “위원회는 민간과 전문가가 중심이 되고 정치권이 동참해 대안을 만들되 관료는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이소아·허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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