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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집값 0.4% 반등 … 바닥 찍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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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여의도 롯데캐슬아이비 아파트 102동(165㎡)의 올해 기준 공시가격은 7억7500만원이다. 지난해(8억1600만원)에 비해 값이 5% 떨어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아파트가 있는 영등포구의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 공시가격도 4.3% 내려갔다. 서울 집값의 평균 하락률(-0.9%)보다 큰 폭이다. 반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가격은 0.4% 상승, 지난해 하락폭(-4.1%)을 다소 만회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14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29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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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시가격은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상속세·증여세·재산세를 매기거나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으로 활용한다. 가격이 떨어지면 그만큼 세금을 덜 낸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는 걸 반기는 집주인은 많지 않다.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도 같이 내려가거나, 전·월세를 올려 받기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은 수도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국적으론 가격이 올랐지만 서울(-0.9%)·경기(-0.6%)·인천(-0.2%)은 모두 떨어졌다. 서울과 경기도에선 각종 뉴타운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특히 서울에선 주택에 대한 인식이 투자 대상에서 거주 목적으로 바뀐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 경기도의 경우 동탄·파주 운정과 같은 택지개발지구에서 아파트가 계속 새로 지어지고 있는 것도 가격 하락 요인이다. 인천엔 송도·청라·영종하늘도시에 미분양 아파트가 아직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노후 단지에 대한 재건축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거에 인천시는 외곽 지역에 신규 아파트 건설 허가를 쉽게 내줘 구도심에 대한 재정비 필요성이 없어졌다”며 “이 때문에 구도심은 더 낡은 지역으로 전락하고, 외곽은 미분양이 쌓여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 광역시의 집값은 평균 2.9% 올랐다. 특히 대구(10%)는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그동안 주택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었는데, 혁신도시 효과까지 겹쳐 주택 수요가 늘었다. 대구혁신도시엔 한국가스공사가 8월 이전하고, 한국감정원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전을 마쳤다. 이를 포함해 모두 12개 공공기관이 대구로 이전한다. 또 지하철 1호선 연장으로 주변 인구가 유입된 영향도 받았다. 지하철의 영향은 대구에서도 달성구(14.7%)에 집중됐다. 혁신도시 영향권에 들어 있는 경북 역시 공동주택 가격이 9.1% 올랐다. 또 경북도청이 대구에서 안동으로 이전하는 것을 앞두고 이에 대한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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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5.9%)도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교육부·국가보훈처 등이 새로 옮겨오면서 이사한 공무원이 늘어난 것이다. 현재 세종으로 사무실을 옮긴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중 50%가 세종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집값은 떨어졌지만,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10곳 중 9곳이 서울에 몰려 있다.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서초동 트라움하우스(5차)로, 넓이가 274㎡인 이 아파트 가격은 57억6800만원으로 공시됐다. 3.3㎡당 6950만원짜리 집인 셈이다. 지난해 11월 헬기가 부딪쳐 화제가 됐던 삼성동 아이파크(269㎡)는 38억1600만원으로 전국에서 9번째로 비싼 아파트로 조사됐다. 부산 우동 해운대 I’PARK(286㎡)는 41억4400만원(4위)으로 지방에선 유일하게 가격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전국에서 가장 싼 공동주택은 부산시 망미동 ‘망미종합시장 연립’(9.4㎡)으로 가격은 120만원이다. 이곳은 지난해에도 가장 싼 공동주택으로 평가됐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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