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의 국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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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기업의 해외활동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키로 했다. 현지법인 및 지사의 설치를 훨씬 쉽게 하고 경비한도도 크게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이 조치가 기업활동의 국제화를 뒷받침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기업활동의 국제화는 경제의 발전 및 무역규모의 확대에 따른 필연적인 추세라 할 수 있다. 이미 한국경제는 중진국 대열에 끼었고, 무역규모도 금년 들어 2백억「달러」선을 넘고있다.
이러한 발전의 원동력이 민간기업들의 왕성한, 기업활동에 있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세계로 뻗는 기업활동을 통해서 1백억「달러」의 수출도, 10%이상의 고도성장도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활동의 국제화가 모든 면에서 적극 고무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국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지사는 이미 9백9개나 되고 현지법인은 1백10사에 달한다.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이 한국경제의 기본전략인 이상, 해외에서의 기업활동에 대한 제약은 시급히 제거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그 동안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활동은 상당한 제약과 불편을 받아왔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정부가 의도적으로 제약을 가했다기보다는 급속히 팽창, 복잡화하는 기업활동을 정부시책이 미처 못 좇아간데 원인이 있었다고 봄이 옳다.
우선 현행외환관리법이나 무역거래법은 그 골격이 60연대 초에 짜여진 것이다. 60년대 초엔 대외거래도 적었고, 외환사정도 극히 핍박하여 외환을 될 수 있는 대로 안 쓰도록 하는데 초점이 두어졌다. 그러나 60년대 초와 지금과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변모를 했다. 지금은 외환을 안 쓰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외환을 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해외지사나 현지법인의 설립은 외화를 절약하기 위한 규제보다 더 많은 외화를 벌기 위한 장려정책으로 전환해야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국제화가 필연적인 추세라면 그 첨병이 되는 기업부터 활동영역의 범세계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국제경쟁에 이기기 위한 지사의 확장이나, 현지법인의 설립을 제도적으로 보장·고무되어야 할 당위성이 여기서부터 생긴다고 이러한 경제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제약이 계속되면 결국 편법과 불법이 자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몇 년 전 만하더라도 외환절약을 기한다하여 상용해외여행자의 경비를 비현실적으로 적게 줌으로써 암「달러」시장이 성행했던 것을 상기하면 될 것이다. 작년 말부터 정부가 해외여행경비를 대폭 인상해서 승인하자 암「달러」시세가 공정환율과 접근하고 암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는 사실은 경제논리의 엄격성을 잘 반등해주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기업해외활동의 규제완화는 뒤늦은 감이 있으나 매우 적절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조처는 항상 민간기업활동을 따라가기 어렵다. 발상의 전환이 민간기업보다 늦고 경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무리 민간기업을 위한 지원조치를 적절히 취한다해도 민간기업에서 보면 항상 미흡하기 마련이다. 요즘과 같이 시간을 다투는 국제경쟁의 격전 속에선 더욱 그렇다.
물론 정부도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조화를 생각해야하므로 민간기업에 대한 규제를 성급히 풀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훨씬 급속히 변모하는 경제여건과 기업활동의 국제화를 감안할 때 더욱 대담한 규제조치의 완화가 필요할 것 같다. 민간기업에 신뢰와 재량의 범위를 넓혀도 좋을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경제도 이제는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자본과 무역의 자유화 폭을 넓히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수입자유화와 IMF 8조국으로의 이행은 이미 절박한 문제로 등장했다. 따라서 정부나 민간이나 기존관념에서의 탈피와 새 시대에 맞는 발상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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