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환경·위생·교통 등 기존도시의 문제점 재현 막아야 입주업종, 엄격 규제·갈수기 수량 많은 하천은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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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새 행정수도의 건설이 안보차원과 서울의 인구억제라는 견지에서 필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기성도시의 환경이나 위생상의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인구와 산업이 도시에만 집중해 그 도시는 평면적으로 확산되어 교통의 혼란이 불가피했다. 또 불량주택들이 도시를 「슬럼」화하며 오수와 폐기물로 말미암아 환경의 악화도 필연적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하수도나 폐기물처리 시설이 미비하여 이를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수질과 대기를 더럽혀 시민생활이 위협을 받고 있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시책이 속속 새워지고 있으나 방대한 수요를 부분적으로 충족할 뿐이므로 불편한 도시 시설들은 시민의 건강유지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성도시의 문제점들을 거울삼아 새로운 행정수도 건설에는 미리 충분한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각 전문분야별 구상을 종합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필요한 규제들을 명문화해 다시 기존도시의 문제점들을 재현시키는 우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계획되고 건설된 행정수도는 기존도시에 대한 시책방향까지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환경위생 분야에서 많이 뒤떨어져 있으나 이 환경 위생이야말로 복지사회를 향한 사회보장제도의 기본이므로 앞으로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충분히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행정수도 건설이 호화스러운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안보와 인구집중 방지가 목적임은 재연할 필요가 없으나 행정수도다운 아담하고 위생적인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기성도시의 공해요인들을 살펴보면 도로 전용 면적이 좁아 부분적인 가로확장이나 신설로는 도시 교통량 증가에 따르지 못하기 마련이다.
자동차의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 크고 작은 공장들이 뿜어내는 매연과 중금속 폐기물 및 유독「개스」, 석탄과 중유나 「벙커」C유 등의 연소에서 나오는 유황산화물, 방류되는 도시 하수와 공장폐수들이 그 주요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이와 같은 공해요인의 예방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공해요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행정수도 안에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을 제한하고 처절한 도시 시설을 완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구 30만∼50만명의 도시가 갖는 부득이한 공해요인으로서 자동차 배기「개스」 , 난방 등의 매연과 산화물, 가정하수, 합성세제, 쓰레기 등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불가피한 도시시설로서 도축장·유제품·식료품 가공·청량음료·양조·제빙·봉제·인쇄·수송·건설·세탁 등의 배기「개스」와 분진 및 폐수 등을 들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세워져야하며 여기서 예시된 것 말고도 중공업은 물론 경공업도 원칙적으로 입주할 수 없게하고 불가결한 도시시설들도 엄격히 통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규제들은 임기응변으로 될 일은 아니며 사전에 마련된 면밀한 기준에 따라 엄격히 지켜지게 한다면 적어도 대기오염에 대한 염려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수질오염 면에서 보면 인구 30만∼50만명이 배출하는 오수를 완전한 활성오염식 하수처리법에 의해 처리한다해도 수수체인 하천의 오염방지를 위해 10㎥/초 정도의 갈수량(연중 가장 가물 때에 흐르는 수량)이 있는 하천에서 희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하천 유량은 우리나라 하천의 갈수량이 적어서 한강이나 금강의 중류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
몇몇 나라에서 행정수도를 신설한 예가 있으나 인공호수를 만드는 등 물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깨끗한 물이 흐르는 하천을 갖는 것은 아름다운 도시의 상징이며 토지이용, 교통, 오락, 급수원으로서 사회개발의 기본조건이 된다.
영국의 「템즈」강이나 일본의 「스미다」강이 오염되어 물고기가 사라지고 철새가 날아오지 않는 오랜 기간을 지나 이 강들이 다시 깨끗해져서 이들 생명체들을 또 맞아들이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일과 노력이 들었는지 모른다.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는 도시들도 그 도시가 처음 형성될 당시에는 오늘날의 「매머드」도시가 될 것을 미리 예기하여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모든 도시시설이 그 규모로나 환경면으로 현실에 맞지 않는 상태에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항공수도는 미리 설정된 인구 규모에 따라 도시시설과 환경조건이 결정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끝으로 우리가 바라는 새 행정수도는 아담하고 위생적이며 배수가 잘되는 완구배의 구릉지에 전원도시와 현대도시의 장점들이 조화된 하천변의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김원만<한양대 교수 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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