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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행정도시건설「풍설」에서「공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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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구억제 최후의 약방문>
박정희 대통령이 왜 서울시청에서「건설구상」을 이 시기에 밝혔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갈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 관은『서울시의 인구억제에 대한 최후의 약방문』이라 했고 다른 관계 관은『해마다 하는 을지 작전 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표출되는 것이 서울의 과잉인구인 만큼 안보적 문제가 크게 담겨져 있는 것』이라고 평가.
박대통령은『행정수도건설을 위해 현지답사를 직접한 일은 없으나 도면을 갖고는 검토한 것으로 안다』는 것이 임방현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
10일 하오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반응이 크지』라고 말하면서『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지만 영향이 크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고 말해「공개 스케줄」의 일단을 엿보였다. 『구체안이 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임 청와대 대변인은『내 사견이지만「마스터·플랜」을 만드는 데만 2년은 걸릴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따른 행정각료는『대통령의 행정수도구상 발언은 발언「이상」도「이하」도 아니다』며『국민 반응 여하에 따라 정부는 조만간 정부 입장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대단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음을 실토.
구자춘 시장에게『내가 쓰라고 했다』고한 대통령의 말에서도 나타나 듯 청와대 측근들의 반응은 박대통령의 구상공개를 놓고 사전에 장단점을 검토했다는 것을 짐작케 했으며 정부의 방향은「청신호」에 따른 대역사의 추진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최 총리, 천도론 부정 답변>
「천도론」은 작년 정기국회에서도 제기됐다.
작년 10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소속의 손주항 의원은『7백만의 서울인구는 5백만으로 감축, 조정되어야 한다』면서『충남 대덕 근처에 새 수도를 건설한다는 설이 사실인가』고 질문했던 것.
최규하 국무총리는『현 시점에서는 새 서울건설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부인하고『대도시의 인구대책 문제는 국민에게 필요 이상으로 불편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그후 11월 20일 예결위에서 박병배 의원(통일)에 의해 다시 나왔으나 정부측은 답변 없이 넘겼다.
박 의원은『북괴의 사정권 안에 있는 서울에 7백만 인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싸울 수 있겠는가』고 묻고『우선 중앙청이라도 대전이나 천안 근처로 옮길 용의가 없느냐』고「단계적 천도론」을 거론.
박 의원이 말한 새 수도 후보지 대전 또는 천안은 공교롭게도 박대통령이 말한「서울로부터 1시간∼1시간30분 거리」의 범위 안에 들어가는 지역으로서 뒤늦게 선견지명(?)이 입증된 셈.
「천도론」에 부정적 답변을 한 최 총리에 대해 정가에서는 요즘『최 총리가 당시 임시행정수도구상을 알고 그런 답변을 했는지」여부를 잠시 화제로 삼기로 했으나 대체로『구상은 알고 있었겠지만 그 당시로서는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

<일반접근 막은「통제구역」>
『서울을 옮긴다』『새로운 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풍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제1무임소장관실에「수도권인구정책조정실」(실장 박봉환)이 신설했을 때.
당시 신형식 장관(현 건설부장관)은 수도권 인구분산을 위해서는『혁명적인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일을 성취시키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으며「혁명적 결단」의 추진을 위해 정부 각 부처에서 조사업무에 정통한「엘리트」공무원들을 직접 차출, 인구정책조정실을 구성했다.
이때부터 정부종합청사 515호실에 마련된「수도권 인구정책조정실」은「통제구역」으로 됐고 신 장관은 중앙청 장관실을 연일 비우다시피 하며 이곳에 나가 작업을 독려.
신 장관의 진두지휘로「조정실」의 핵심「멤버」들은 청와대·경제기획원·건설부·서울시 등과의「마라톤」협의·종합검토 등을 거쳐 1차 기본계획을 성안했고 이것이 박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은 지난해 7월.

<박대통령도 "잘됐다"고>
1무임소실의 기본방침을 보고 받고 박대통령이『「잘됐다」는 얘기를 세 차례나 했다』든 가『6·25사변 때 위정자가 수도를 ○○으로 옮겼어야 했다』,『전술개념상 서울수도방위는 필수라 하더라도 전략개념으론「행정수도」신설이 필요하다』고 했다던가 하는 소문이 심심찮게 돌아「혁명적 결단」이 바로「행정수도이전」이란 관측으로 확대됐다.
단편적으로 흘러나온 얘기론 이 계획이 4차5개년 계획과 동일보조를 취할 것이며 모든 게 10년 안에 완성되리라는 관측. 이전대상 기관은 1차로 국영기업체, 2차 경제부처, 3차로 헌법기관 및 기타의 순서 열거라는 게 당국자들의 견해. 후보지로는 ▲상하수소 시설관계로 큰 강을 끼고 있어야 하며 ▲교통편의상 경부고속도로와 가까운 의치에 세워야 한다는 등 기본계획을 세우고 도상후보지 선정작업도 진행했으나 철저한 「극비」에 붙여졌던 것.
그러나 적어도 강과 평야·산 그리고 안보측면을 고려해 후보 지는 경기도 평택이남으로 압축이 돼서 거론이 됐다. 평택이남의 수원지로 미호천이 있으나 조치원의 용수를 공급하기에도 부족한 실정이어서 대청「댐」근처의 금강이남 평야지대를 꼽아 보는 사람이 다수. 그래서 옥천·신탄진·대덕 등 이 유력한 후보지로 나와 있다.
「임시행정수도」건설구장에 대한 구체안이 포함된 것으로 예측되는 수도권 인구분산을 위한 「중·장기 계획」은 10일 박대통령의 서울시 연두순시 때 장경순 장관에게『보고준비가 다됐느냐』는 물음이 있어 내주 초로 청와대 보고를 확정.

<내주 중·장기 계획보고>
행정수도건설구상이 발표되자 중앙청의 일부관리들은『지금의 중앙청건물을「항일민족박물관」으로 사용하면 제격이겠다』든 가『종합청사는「호텔」이 될 것』이라고 벌써부터 각종 이야기로 떠들 썩.
행정수도이전으로『서울이 유령도시가 되지 않느냐』『서울이 안보상 위험지대로 남게 되지 않느냐』는 불안 론이 나오고 있으나 서울시 관계자들은『행정수도를 옮긴다고 해서 서울의 기능이 위축되지는 않는다』며 현재 계획 중이거나 진행사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자세.
곽후섭 제2부시장은 『특별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도시계획이 차질을 빚는다던가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슨』라고 의연해 하는 표정.


임시행정수도건설에 대해 건설부가 계획수립단계에서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는지 현재로선 미지수.
작년 4월 신형식 장관이 제1무임소장관실에 수도권 인구정책조정실을 만들었을 때도 건설부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깊이 관여하고 있지 않나 하는 관측들.
KDI의 도시문제 전문가인 S박사와 인구문제 전문가인 K박사가 작년 봄부터 청와대를 자주 드나들었다는 소문이며 실제로 임시행정수도건설구상이 발표된 뒤인 11일 하오에도 S박사는 청와대에 들어가 있었다는 것.
신형식 건설부장관은 10일 대통령의 구상발표 이후 몰려든 기자들에게『제1무임소장관실에서 하는 일이다. 나는 아는바 없다』고 함구.
신형식 건설장관이 연초에 밝힌 반 월 공업도시이외의 새 인공도시 건설계획(수원∼천안 고속도로 서쪽일원·이천일대 설)이 임시행정수도와 관련이 있는지도 현재로선 모호한 상태다.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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