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만든 부정 식·약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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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자 식품·약품공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부쩍 높아짐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는 이제「범죄」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굳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지금 이웃 일본에선 바로 이 식품공해와 약화에 읽힌 두 공해재판이 열려 세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가네미」유증 사건과「스몬」소송이라 불리는 이 재판은 그 손해배상 청구 액으로도 수천 억「엥」이라는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가네미」유증 사건은 탈취공정의 잘못으로 PCB(「폴리」염화「비 페닐」)가 섞여 들어간 식용유로서 일본일대에 걸쳐 1천여 명의 주민이 살갗이 부식되는 참변을 빚은 식품공해 사건이다. 지난 1월 28일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식품제조업자에겐 고도의 주의 의무가 있는데, 「가네미」는 능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는데도 이 같은 안전의무를 태만히 했다』고 논고했다. 이 사건은 형사소송밖에도「가네미」창고(북구주시소재)와 PCB「메이커」인 종연화학(대판시), 식품업자를 감당해야 하는 국가와 배구주시에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인 것이다.
한편「스몬」소송은 정장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키노홀름」제를 복용한 결과 설사·복통·하반신 마비·시력 감퇴·실명까지 된 약 3천2백 명의 환자와 그 희생자의 유족들이 제기한 재판이다. 무전약품공업·다국적 회사인 일본「지바가이기」·전변제약 등 일본에서도 유수의 대 제약회사와 일부의 의사 및 의료기관, 그리고 국가가 피고이며, 손해보상 청구 금액은 약 1천65억「엥」이며 1월 18일 제약회사측이 화해제안을 제기했다.
일본에서는 이 두 사건에 앞서 1만2천여 명의 중독환자와 1백30명의 사망자를 낸「모리나가」유업에 대한 식품재판까지 있었으니 이 같은 일본의 식품비극은 결코 남의 나라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박대통령이 최근 다시 부정식품·부정약품의 근절을 강력히 지시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단 한번이라도 알면서 불량식품이나 부정의약을 만든 업자에 대해서는 경고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영업허가를 취소하라고 한 것은 정곡을 찌른 조치라 느껴진다.
식품이나 의약품의 안전관리가 1차적으로 제조·판매업자의 의무에 속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그들의 자율적 규제에만 맡기고 방치해 둘 순 없다는 것은 우리주변의 유해식품·부정식품의 범람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어느 것 하나 안심하고 먹을 수 없고, 무엇 하나 믿고 마실 수 없는 유독·부정식품의 홍수 속에서 일반 소매 자는 무한정 불안과 공포에 찬 식생활을 계속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처벌에 앞서 식품제조업자의 양식과 사회적 책임을 촉구해야겠지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부정식품의 독성을 뻔히 알면서 이를 제조·판매하는 행위는 곧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상행위임을 면치 못한다. 당연히 식품공해의 발생 원을 억제키 위해 식품제조업소의 제조 과정부터의 점검을 철저히 하고 유통과정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감시·단속체계가 갖추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관계법령의 보완도 서둘러 유해식품 근절을 위한 획기적인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부정약품에 대해서는 보사부가 작년 7월 8일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4백60개 품목에 대한 약효의 재평가결과를 발표한바 있으나 앞으로 이를 더욱 철저히 계속하여 효험이 없는 것과 부작용이 있는 약품을 가려내야 하겠다.
약효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거나 부작용이 밝혀진 의약품은 제조를 금지시키고 그 재고 분을 폐기하는 조치도 과감히 강구, 시행해야 한다.
식품위생행정과 약사행정에 있어선 특히 「메이커」의 현실적 사정에 끌리거나 정실 적 처리를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식품·약품공해추방은 현대국가에 부과된 가장 긴요한 과제임을 재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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