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린 북괴 「구걸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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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런던=박중희 특파원】「런던」의 정통한 금융소식통에 의하면 약 12억 달러가 넘는 북괴의 외채상환문제를 둘러싼 평양 측과 서방측 관계은행간의 협의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북괴 무역은행장 방기명을 단장으로 한 일행 5명의 대표단은 지난 17일 「런던」에 도착한 이래 영·불·독·「스위스」·화란·호주 은행대표들과 일련의 회담을 해왔다. 앞으로 며칠 더 계속될 이 회담에서는 이미 지난 2년 이상 체불되어 온 5억 달러이상의 단기채무 상환기간 연장과 약 7억 달러의 장기분 상환과도 관련하여 북괴측이 추구해온 것으로 알려진 신규 중장기 기채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괴 측과의 회담에 참석해온 서방측 은행대표가 27일 밝힌 바에 의하면 북괴의 외채상환문제를 그들에 대한 새로운 중장기 차관의 공여 형식을 통해 수습한다는 방향으로 양측이 서로 접근하고있으나 이에 관련된 보증 및 상환조건·기채원의 확보 등 기술적 문제들을 타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한 절충이 필요할 것 같다.
기존채무 상환을 위한 신규차관 공여방식은 작년말 「자이르」의 경우에도 있었다.
북괴의 극심한 외화부족은 지금까지 크게 문제되어 오지 않은 장기채 상환 전망마저 흐리게 하고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외화 획득원의 주종을 이루는 지하자원 개발계획에도 차질을 가져와 서방측으로부터의 신규 기채는 북괴 측의 대 서방협상에서의 하나의 큰 초점이 되어온 것으로 소식통은 전하고있다.
회담에 참석하고 있는 대표들은 회담이 「미묘한 단계」에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으나 북괴 측의 이와 같은 노력은 아직도 적지 않은 난관을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있어온 그들의 대외적인 신용추락에 비추어 모든 형태의 여신에 있어서 북괴 이외 제3국 예를 들어 소련·중공 등의 연대보증의 확보 등은 그러한 난관의 하나일 수 있고 이들이 대 북괴 구조에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일 것인가는 흥미로운 관심거리가 된다고 현지 「업저버」들은 보고있다. 「런던」에서 이런 회의가 열리기는 작년 1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이것은 작년 11월 15일 호주 「뉴질랜드」은행 주재아래 서구 7개국 은행대표 18명이 「런던」에 모였던 회의가 북괴 측에 조속한 시일 안에 연체채무에 대한 만족한 반응이 없는 한 앞으로 일체 그들과의 신용거래를 공동으로 거부하겠다는 통첩을 한데 뒤이어 이루어졌었다.
무역 채무문제에 누구보다 크게 관련돼있는 호주와 「뉴질랜드」은행측 소식통은 적어도 이번 회담에서 수습에 관한 원칙만이라도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희망적인 견해를 보이고있으나 전망은 확실치 않다.
[런던=박중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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