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분산과 상속의 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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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본시장규모가 제법 커짐에 따라서 주식의 분포·이동, 그리고 그와 관련된 세법상의 문제점들이 창출되기 시작, 국세청은 이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조사할 것이라 한다.
그 동안 정책당국은 기업공개를 촉진하는데 주력함으로써 그로부터 파생한 어지간한 문제점들은 시장육성이라는 차원에서 너그럽게 보아왔던 것이다.
이러한 공개추진방식은 초기 단계에서는 오히려 현실적인 것이었다 하겠으나 주식의 위장분산이나 상속이 세정에 미치는 모순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이상 이 문제는 이제 깊은 검토를 필요로 하고있는 것이다.
우선 위장분산이 기업공개정책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은 분명하며, 또 실질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면서도 세법상의 특혜를 받는 것은 마땅히 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주의해야할 것은 위장공개현상이 어찌해서 일어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사실 정책적으로 깊이 검토해 볼 여지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공개여건과는 관계없이 외형이 크다거나 은행 차입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공개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도 문제점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지전망·자산구조·성장성 등이 나쁜 기업일수록 상장하기 어려운 것이나 그렇다고 일단 상장시켜놓고서 주가가 액면가를 크게 밑도는 것을 기업 측이 방관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경우, 법정주식비율을 전부 상장시키지 않고 위장 공개시킴으로써 주가를 유지케 하여 기업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키지 않고자 기업이 시도하는 수는 충분히 있고 또 동정할 여지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무 형식논리에 치우쳐 엄중히 징계하는 것만을 능사로 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 기업공개의 적극적인 추진이 앞으로도 불가피한 정책과제인 이상, 이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탈세 행위는 적절히 막는다는 중용적인 감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음으로, 위장 상속문제는 자본제 경제의 본질적 속성으로 보아 그리 쉽게 가려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주식에만 엄격히 적용하는 데에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줄로 안다.
가령 예를 들어 많은 부동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원인이 발생하기 직전에 증명할 수 있는 부채를 만들어 놓으면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부채증명을 무시하고 상속세를 부과하기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나 그것이 탈세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도 공지된 사실이다.
물론, 어느 경우나 적발하여 시정하는 것이 원칙에 맞는 것이나, 현실은 언제나 그렇게 간단히 가려질 수 있는 것이 아님도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또 비록 가려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적발되는 경우보다는 적발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일진대, 누구나 위장하지 않아도 될 만큼 좀더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해야할 것이다.
선진경제의 세제나 보편화한 기업공개가 몇 세기의 경험을 축적한 결과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음을 상기한다면 우리가 서둘러 이상적인 제도에 접근하는 데에도 최소한의 단계적인 과정은 거쳐야 할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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