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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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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영희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푸른 하늘도 초록 나무도/활짝 핀 꽃도 장식품 같아/너의 웃음이 너의 체온이/그립고 그립다 노란 리본.”

 ‘김창완 밴드’가 28일 유튜브에 올린 세월호 추모곡 ‘노란 리본’을 듣는다. 언제나처럼 담담한 김창완씨의 목소리는 담담해서 더 마음을 뒤흔든다. 비가 내리던 지난 주말, 그는 자책, 비판, 슬픔 속을 서성대다 무작정 펜을 들어 이 곡을 썼다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떨치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추모의 뜻을 전한 것이다.

 3년 전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의 SNS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문구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였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비극 앞에서 개인이 되뇔 수 있는 최소한의 다짐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절전운동에 동참하고 누군가는 자원봉사에 나섰으며, 가수는 노래를 만들고, 만화가는 그림을 그렸다. 지난 2주간 절망과 분노 속에 세월호 관련 뉴스만 보고 있는 사람들 역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려 안간힘을 쓰는 중일 것이다. 그리하여 어떤 이는 노란 리본을 달았고, 어떤 이는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흰 국화 한 송이를 건네며 마음으로 울었을 것이다.

 지난 주말 열리기로 예정됐다 취소된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던 음악인들의 마음도 같지 않았을까. 고민 끝에 추모의 뜻을 담아 진행하기로 결정한 행사였고, 가수들은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으로 관객들과 공감하려 했다. 물론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야외에서 열리는 음악행사를 계속 추진하기 부담스러웠던 지자체의 고민을 이해한다. 하지만 공연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 기획사와 뮤지션, 관람객 모두를 향한 일방적인 취소 통보였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공연이라는 방식으로 추모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특정한 애도의 형식을 강요하는 것 같아서다.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일부 조문객의 의상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짧은 반바지를 입고, 야구 모자를 쓰고, 등산복을 입고 헌화를 했다 하여 ‘추모의 마음이 덜하다’고 누가 단정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눈엔 거슬렸을지 모르지만 그들 역시 일상을 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애도하고 기억할 뿐이다. 누구도 타인의 영혼에 새겨진 슬픔의 크기를 재단할 수 없다. 왜 나의 방식대로 슬퍼하지 않느냐며 다른 이를 비난하는 날 선 목소리가 이 끔찍하게 힘든 봄을 더 힘겹게 만든다.

이영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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